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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의 안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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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계에서 실지로 느끼는 물가의 상승률은 매우 높은데 반해서 물가 지수의 상승률은 높지 않아 소비자들이 물가 지수를 믿지 못하겠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들어 소비자 물가는 9% 밖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가정 주부가 매일 시장에서 사들이는 곡류·채소·양념·고기류·생선류 등의 값은 40% 수준이나 오른 것이 허다하고, 심한 것은 2배나 오른 것도 있다.
이처럼 주부들이 시장에서 경험하는 가격과 한정된 품목의 가중 평균치로서의 물가 지수 사이에 커다란 폭 차가 생기고 있는 것은 원리적으로 보아 불가피한 것이나, 그렇다고 정책적으로 검토해 볼 여지가 아주 없다고 간단히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즉 가중 평균치로서의 물가 지수에는 오른 것이 있고, 내린 것이 있어 개별적으로 느끼는 경우보다 상승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도 소비자들은 인정해야 한다. 또 심리적으로 가격이 내린 것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정도보다는 오른 값에서 느끼는 충격이 강렬하다는 요인도 빼놓을 수 없는 감각상의 차이점이다.
또 물가 지수에서 고려하는 이른바 가중치는 소비자 가계의 평균 지출 구성비에 따라서 주어지는 것이므로 그 평균 가중치에서 벗어나는 지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계층에서는 물가에 대한 감도가 당연히 다를 수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할 때, 물가 지수가 생활 감각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그것을 불신하는 것은 현명한 것이 못된다.
더욱이 경제 규모가 커지고 생활이 다양화함에 따라서 평균치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소비자들보다는 그렇지 못한 소비자들이 더 많다는 뜻에서 본다면 감각으로서의 물가가 평균치로서의 지수에서 벗어나는 비율은 시일이 지나면 지랄수록 커질 것도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를 평가할 때, 물가 지수 편성 방법에 모순이 없으니까 불평하는 것이 잘못이라고만 간단히 밀어붙일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도 소비자의 매일 매일의 관심사가 되는 주부들의 시장 바구니 가격이야말로 극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은 이미 해명된 얘기이기 때문이다.
소위 「바스킷·프라이스」에 따라서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성향이 높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일상 생활의 느낌에서 오는 물가야말로 적금 정책에서 반드시 고려해야할 요소라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임금 개념론이 경제학에서 논의되는 것이며 임금재 만을 따로 떼어서 지수화해 지수 판단의 자료로 삼는 방법을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서 임금재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20년 전만 하더라도 임금재 가격은 곧 쌀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정도였으나 오늘날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 수준에서 임금재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겠느냐는 전문 기관의 연구에 맡긴다 하더라도 이 개념의 도입이 절실하다.
아무리 평균치로서의 물가 지수가 안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임금재 가격의 상승률이 높다면 물가 지수를 근거로 해서 임금 정책을 다룰 때 근로자들은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때문에 당연히 불만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의미가 큰 임금재 가격 지수를 만들어 이를 강력히 안정시켜 나가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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