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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인적교체론 안 돼 … 국가개조 차원 시스템 개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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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부실 대응에 따라 문책성 개각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내각 총사퇴론’까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원한 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22일 “민심을 수습하고 관료사회의 쇄신을 위해 전면 개각이 필요하다”며 “총리를 포함해 내각이 총사퇴하고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혁신연대 소속 한 재선 의원도 “정부가 마치 조직도는 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는 ‘페이퍼컴퍼니’와 같았다”며 “내각에 대한 전체적인 점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내각이 총사퇴하진 않더라도 정홍원 총리,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을 포함한 대폭 개각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많다. 그동안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던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경의 수사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야 하겠지만 6월 지방선거 이전에라도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개각을 단행할 경우 단순한 인적 교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공직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국가 개조 차원의 시스템 개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야 중진 의원들이 앞장서 이런 의견을 내놓고 있다. 6선의 이인제 의원은 “사회 전반에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며 “공직사회, 관료제부터 개혁해야 사회 전반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개각을 쇄신의 신호로 삼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고 가치로 삼는 국가상을 그려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5선의 정의화 의원은 “관료사회가 갈수록 철밥통이 되고 부처에서 퇴직해 산하기관으로 가는 행태가 반복되면 선량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보는 사회가 된다”며 “관료사회가 목민관(牧民官)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만드는 개각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부영 고문은 “장관 몇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며 “사고나 위기상황별로 매뉴얼을 만들고 전문인력을 미리 준비해 놓는 등의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과 함께 공직사회가 세금만 축낸다는 얘기를 듣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도 “부실 발생의 원인인 잘못된 관행과 무책임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정부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개각이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거듭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한다면 (불신받는 공무원은) 존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주변에선 박 대통령이 개각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조응천 사표, 연제욱 교체=이런 분위기 속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최근 사표를 냈다. 최근 공직기강팀 내부 문건이 외부로 유출돼 물의를 빚은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는 분석이다.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 관련 댓글 관여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연제욱(육사38기·소장) 청와대 국방비서관도 교체됐다. 옥도경 현 국군사이버사령관도 물러난다.

신용호·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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