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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따른 지루한 요식 행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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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폭적인 인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열린 5개 시은의 76년도 상반기 결산 정기 주총은 17일 서울신탁은행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주총은 한독 맥주에 대한 거액 부정 대출 사건과 이에 관련된 금융 기관의 책임 한계 및 대규모 인사 문제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2일간 진행된 주총은 정부의 각본에 따라 집행부가 연출하고 속칭 총회꾼으로 들리는 몇몇 군소 주주들이 연기를 맡아 필요한 요식 행위를 얼버무리는 진부한 총회로 끝나고 말았다.
윤승두 서울신탁은행장과 심원택 조흥은행장은 이미 은행감독원으로부터 한독 맥주 사건으로 인해 경고장을 받았을 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주총을 계기로 경질된데 대해 설마 하던 금융가는 깜짝 놀라고 있다.
한독 맥주 사건은 아직 검찰 및 경찰의 수사 내용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모든 책임이 시중 은행에 돌려지고 있는 인상이기 때문이다.
한독 맥주의 책임 인사가 시중 은행에만 국한된 성질의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김용환 재무장관도 『읍참마속』이라고 괴로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마속의 고사와는 달리 윤·심 행장의 퇴임은 금융계 인사들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려 놓는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의 국제화와 대형화 및 능률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금융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유능한 사람들이 자기 책임 하에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긴요하다는 금융가의 주장이다.
최근 임기 중 물러난 은행장만 하더라도 민영훈 제일은행장, 김우근 기은 행장, 고태진 조흥은행장, 김영덕 서울 은행장 등 4명.
또 각 시중 은행의 임원이 거의가 선임 된지 l년 미만이라는 것은 금융 기관 수뇌부의 변동이 얼마나 심했던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한편 5개 시은 상반기 결산은 수출 증가 등에 따른 국내 경기 호전에도 불구, 기간 이익은 전기비 2·3% 증가에 그치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5개 시은은 전기 이익금 중 대손 충당금으로 쌓아두었던 1백6억6천만원을 전입시켜 당기순이익을 전기비 28·6% 늘리고 배당은 상은을 제외, 4개 은행이 0·2% 내지 1·2%「포인트」씩 증가시켰다.
영업 실적이 부진한 것은 ▲외환 관계 각종 수수료 인하로 외환 부문 이익이 27·6% 증가에 그쳤고 ▲금융 긴축에 따른 대출 억제 등으로 이자 수입이 저조한 반면 한은 차입 이율이 늘었고 ▲경비는 전기 70·7% 감소에서 25·4% 증가로 크게 늘었고 ▲대불금도 전기 36·8% 감소에서 11·4%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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