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결혼식이 필요 없는 부부생활 「스웨덴」의 「리브·투게더」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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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거리낌없이 생활>
「스웨덴」사람들은 「삼만보」란 말을 가끔 쓴다. 『아, 그 사람들은 삼만보」예요.』 세계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스웨덴」식 「리브·투게더」, 즉 결혼식을 안한 부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결혼생활』이란 연작영화를 만들어냈던 저 유명한 「스웨덴」의 영화감독 「잉게마르·베리만」이 아주 예사롭게 그려내는 부부관계다.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오해의 호기심을 불어넣었던 「성 개방사회」라는 지칭도 아마도 이 「삼만보」를 예사롭게 이야기하는 「스웨덴」사람들의 태도에서 더욱 확인 될 것이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안내원들에게 곧잘 「리브·투게더」가정을 보여줄 수 없느냐?』고 요구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게 무슨 구경거리냐」는 것이 「스웨덴」 사람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결혼을 하고 안하고가 무슨 관계가 있어요? 나는 앞으로도 결혼식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위 「리브·투게더」를 5년째 해오고 있는 「스톡홀름」의 여교사 「미네아·호칸손·홀팅」여사(27)는 이렇게 잘라 말한다. 그는 만일 외국사람들에게 「리브·투게러」에 대한 오해가 있을까봐 이렇게 서슴없이 기자와 만난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필요해서 함께 살기로 했어요. 남들이 부부라고 말해도 좋고 친구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이것은 바로 내 생활의 방법일 뿐입니다.]
결혼은 결코 「제도」가 아니고 「생활」이라는 것을 그는 서슴없이 표현한다.
그는 내 남편, 내 가정하면서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이런 생활을 한다고 말한다. 남자와 여자, 또 어른과 아이가 사랑으로써 서로 감싸는 생활, 그것만이 「가정」의 참뜻이라고 설명한다.
「미네아·홀팅」여사의 이 가정에는 『사랑으로 감싸주는』남자와 여자 어른, 그리고 5살 짜리 여자아이와 3살 짜리 남자아이. 이렇게 4명이 살고있다.
남자어른의 이름은 「보슬·크리스텐」(30·전신국근무), 여자아이는 「안냐·호칸손」, 남자아이는 「피에타·홀팅」, 그리고 여자어른은 「미네아·호칸손·홀팅」. 이 가정은 남들과 다른 점이 우선 이름에서 드러난다.

<"격식이 필요 없다">
「안냐·호칸손」은 「미네아·홀팅」여사가 첫 결혼에서 낳은 딸. 여사는 6년 전 연애하던 남자와 결혼식을 가져 「안냐」양을 낳았는데 남편 「호칸손」씨가 교통사고로 죽자 어렸을 때부터 잘 알아온 오빠친구 「보슬·크리스덴」과 함께 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낳은 남자 아기가 바로 「피에타·홀팅」.
『우리는 결혼식을 하지 않고 살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아이 이름에 아버지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했지요.』 「미네아·홀팅」여사는 자신의 성을 「피에타」군에게 붙여줬다. 그래서 이들이 나가는 유치원에선 「안냐」와 「피에타」가 남매간인줄 모르고 있는 선생도 많다.
온 식구로부터 「아빠」라는 말 대신 「보슬」이라고 불리는 「크리스덴」씨는 「미네아·홀팅」여사가 밤일을 할 때는 밥도 차리고 빨래도 한다. 부부가 서로 잘하는 집안 일을 나누어서 하기로 했다는 것. 「보슬」은 빨래를 특히 잘하고 「미네아·홀팅」은 음식을 잘 만든다.
그러나 두 사람은 월급을 모아서 쓴다. 저축도 하고 장보기도 모두 같이 쓴다. 모든 돈은 「우리 네 사람을 위해」벌고 또 쓴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것, 진실 되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어요. 적어도 가정 안에서는 속임수가 없어야지요.』
현실을 솔직하게 산다는 것을 이들 남녀는 가장 큰 인생의 가치로 보고있다. 『식이라는 것을 해서 서류를 만들어놓고 그것을 안전벽으로 삼고있는 부부생활을 오히려 솔직하지 못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미네아·홀팅」여사는 『우리는 언제나 헤어질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그만큼 그는 이러한 남녀 결합을 자신 있게 살고있다.
그러나 진실 되기 위해 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스웨덴」식의 「리브·투게더」는 때로는 이 복지국가의 어두운 부작용의 예가 되기도 한다.
세금이 많은 나라 「스웨덴」은 그 세금으로 사생아와 미혼모를 철저하게 돌보는 사회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리브·투게더」라는 젊은 생각들이 이 정책을 이용하여 덕을 보기 꼭 알맞다는 것이다. 정식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대개 맞벌이를 하는 이들에게 세금을 적게 내는 혜택이 오고 또 아기가 있을 경우 미혼모에게 주는 복지 혜택이 고스란히 간다. 그 힘든 탁아소에도 우선 순위 1위로 보낼 수 있고 양육비도 받을 수 있다.

<사회문제를 야기>
심한 경우는 결혼식을 올린 부부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서류 상으로 이혼을 하고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덴마크」·미국 등지도 감행하여 요즘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나 막중한 세금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일부러 법을 악용한다』고 공언할 점도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세금정책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나쁜 사람들이 나쁜 짓 하기 꼭 알맞은 제도』라고 복지정책에 대한 반성까지 나오고 있다.
『글쎄요. 그런 면으로도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문제는 왜 많은 사람들이 「삼만보」를 악용해야 되는가 하는데에 있어요. 언제나 인간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지 않아요?』
「미네아·홀팅」여사는 가정이라는 곳이 사회의 악을 없애는 구실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곧 올바른 정책이라고」그가 살고 있는 「삼만보」를 옹호한다.
전화가 와서 『「크리스텐」부인이십니까?』하면 『아닙니다. 나는 「미네아」예요.』라고 꼭 고쳐 대답한다는 「홀팅」여사는 결혼은 남녀가 서로 가지런히 행복을 쌓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스록홀름=윤호미·장홍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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