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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극화시대」맞을「신민 호」|정무위원·당 6역 임명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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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민당 정무위원 및 당직인선의 특징은 철저한 계파간 안배와 당직자 연령층이 과거에 비해 크게 젊어졌다는 점.
진통 끝에 탄생한 새 진용은 한마디로 현존계파의 세력분포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인선에서는 각 최고위원의 직계가 우대되고 방계나 소속계파가 없는 인사들은 탈락됐다.
4선인 김형일 의원의 정무위원탈락, 재야영입「케이스」로 입당한 윤혁표·김달수씨의 탈락 등 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중 3성 장군 출신인데다 사무총장·원내총무를 역임한 김 의원의 탈락은 이변이라는 평가와 함께 소극적인 당내 처신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두 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신 주류의 이철승 대표 최고위원이 좁은 문을 뚫고 원외 재선인 김옥선씨를 억지로 정무위원에 넣은 것은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협조에 대한 보답이라는 점과 김씨가 가진 선명한 「이미지」를 감안했기 때문이란 풀이다.
구 주류 안에서도 최고위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진출한 반면 김영삼씨의 직계라 할 김명윤·한병채 의원이 탈락했고 예상과는 달리 김재광 최고위원이 민 박 일 의원(재선)이 3선의 김영삼 계인 김수한 의원을 물리치고 정책심의회 의장에 임명됐다.
이런 현상은 구 주류 안에서 총수인 김영삼씨의 통제력이 퇴조한 대신 최고위원들의 영향력이 증대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당고문으로 2선에 선 이상 앞으로도 김영삼씨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관측들을 하고 있다.
당 6역은 3명이 3선, 3명이 재선. 이것은 서열을 중시하는 보수야당의 오랜 전통에 비춰 볼 때 과감한 혁신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은 4선, 50대가 중심인 여당간부 진용과 비교하여 대조적이며 앞으로 대여 관계에서「핸디캡」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새 정무위원도 18명 중 40대, 30대가 절반인 9명이며 의원경력으로도 재선이 8명이나 된다. 이처럼 당직자의 연령이 젊어진 것은 앞으로 신민당의 체질과 풍토를 바꿀 큰 요인이 될 것 같다.
당연 직 정무위원을 포함한 정무위 신·구 주류의 세력판도는 14대 12로 신 주류 측의 근소한 우세를 보이고 있으나 구 주류 추천으로 정무위원이 된 한건수 의원의 향 배에 따라서는 신 주류 우세가 유동적일 수도 있다.
게다가 구 비주류연합에 섰던 정해영·정운갑·김옥선씨 등 이 앞으로 독자적인 처신을 할 가능성이 많고 구 주류 안의 원심작용도 커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정무회의는 신·구 주류의 양대 진영으로 양극화한다기보다는 소 사단 단위로 다극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인선과정에서 신 주류 안의 갈등은 매우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언제까지 연합이 유지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이런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이번 인선을 계기로 앞으로 신민당의 각 계파는 재편성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능률적 지도력 발휘가 어려운 집단지도체제의 난점을 극복하고 침체한 당의「이미지」를 고양키위해서는 새 당직자들의「팀웍」조정과 계파간의 선의의 경쟁이 필수적인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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