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는 종업원에 애정 쏟아야"|박 대통령, 새마을 지도자들과 환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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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정희 대통령은 9일 낮 월간 경제동향보고를 받은 뒤 경제기획원 장관실에서 이날 훈장을 받은 새마을 지도자 김명수씨(45·전남 장성군 장성읍 상오1리), 최남연씨(56·경북 김제군 초처국민 교장), 박희봉씨(51·청구목재공업주식회사 공장장·전북 군산시 해망동 999) 와 상오1리 부녀지도자 김옥자씨 등과 점심을 함께 들며 최근의 농촌살림 형편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예산심의는 잘 되고 있습니까.
▲이효상 공화당 의장 서리=아주 잘 돼 가고 있습니다. 야당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협조적이라 조용히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김명수씨에게) 상오l리의 호당 소득이 1백48만 원이라는데, 그 마을은 지도자가 농민지도를 잘하고 고속도로공사·장성「댐」공사 등을 이용하는 등 기회를 잘 포착 했군요. 장성「댐」으로 앞으로는 수해를 입지 않겠지요.
▲김씨=예전에는 비만 오면 황룡 강이 넘쳐 수해를 입었는데 이제는 걱정 없게 되었습니다.
▲박 대통령=「슬라이드」에서 보니 상오리 부락은 한지가 유망한데 수출은 얼마나 하나요.
▲김씨=한지수출은 올해 11만「달러」를 계획했으나 지금까지 7만2천「달러」를 수출했습니다.
▲박 대통령=질을 고급화시키면 값을 더 받을 수 있을 테니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 알아봐 그 분야 전문가에게 조사를 시켜 좋은 종이를 만들 수 있도록 하시오. 나도 휘호를 써 달라 해서 한지를 쓰는데 어떤 것은 좋으나 어떤 것은 먹물이 번지더군요. 과기처에서 전문가를 보낼 테니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종이가 나오나 같이 연구를 해보시지요.
그리고 시설하는데 자금이 더 필요하면 상공장관이 새마을공장 자금으로 지원해 주도록 하시오.
▲박 대통령=그 마을에서 제일 소득이 높은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김씨=3백 만원이 넘습니다.
▲박 대통령=제일 부자이군요. 농촌의 초가지붕은 대개 개량이 되었는데 앞으로 소득이 늘면 농촌주택을 개량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전엔 초가지붕을「슬레이트」나 기와로 바꿨지만 집 전체를 헐고 문화적인 집을 짓도록 해야겠지요. 수입이 2백 만원 되는 농가면 10년 상환 정도로 1백 50만 원 짜리 집을 지을 수 있겠나 요.
▲김치열 내무장관=농촌 시범주택은 10만원 보조, 60만원 융자, 35만원 자기부담 등 모두 1백 5만원으로 금년에 6백80동을 지었습니다. 7천 동을 지을 계획입니다.
▲박 대통령=내무부에서 어느 정도 들여야 집을 지을 수 있는지 농민들의 여론을 들어 보시오. 소득이 모자라는 농가에는 무리하게 권장할 필요가 없으나 능력 있는 농가에는 적극 권장해 나가시오. 1백5만원 짜리 농촌 시범주택을「슬라이드」에서 보니 창문에 종이 한 장을 바른 것 같은데 창문 양쪽에 종이를 바르면 이중창의 효과도 있으니 농가주택개량에 참고토록 해보시오.
구들은 뜨거운데 창문이 그래 놓으면 외풍이 들어 감기 들기 쉽지요.
굴뚝을 올리는 등 몇 가지만 연구하면 우리조상들이 수 천년 살아온 집인데 크게 개조 안하고도 좋은 집이 될 것입니다.
(최 교장에게) 최 교장같이 훌륭한 일을 하는 교육자가 전국에 많이 있는데 처음에는 이해 부족한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공부는 안 시키고 일만 시킨다고 말했지만 문교부 통계를 보니 그런 학교일수록 학력도 높더군요.
최 교장학교가 김제 읍에서 금산사가는 길에 있지요. 금산사는 후삼국시대 때 견훤이 아들에게 유폐됐던 곳이지요. 금산사 건물구조가 이층형식으로 다른 절과 다르지요. 앞으로 장학회기금을 만들고 싶다고 하는데 기금을 지원해 줄 테니 잘 발전시켜 나가시오.
(청구목재 강의룡 사장에게) 기업가로서 공장 새마을운동을 해보니 원가가 절감되고 종업원복지·처우개선 등의 효과가 나오지요.
▲양 사장=종업원의 창안으로 원가가 절감되면 그만큼 연 30%씩 봉급을 인상하고「보너스」도 줍니다.
▲박 대통령=공장 종업원들, 특히 여 종업원들 대부분이 국민학교 졸업자라고 하는데 여 종업원들은 돈 버는 것도 재미있겠으나 남모르는 간절한 소원이 있다면 상급학교 진학일 것입니다. 공장 근처학교와 관계를 맺고 그런 소원을 풀어 주도록 해 보시지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이웃학교시설을 이용하여 수고하는 선생들의 보수를 회사가 맡아 하는 것과 또 하나는 여력이 있으면 기업체 안에 한일합섬 경우처럼 학교를 짓는 것입니다.
그런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면 문교부 학교설치기준에 다소 미달하는 경우에도 정규 중학이나 고등학교로 인가해 주도록 했습니다.
종업원들이 내 공장이라는 애착을 갖게 하자면 먼저 기업가 측에서 도움과 애정을 쏟아야 합니다. 이것이 근대기업의 올바른 방향이며 이렇게 하지 않고는 산업화가 진척될수록 공장 경영에는 어려움이 많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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