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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펼쳐질 「세기의 대화음」-11·12일 내한공연 갖는 「스위스·로망드·오키스트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황금의 낙원』으로 일컬어지는 세계 정상급의 「스위스·로망드·오키스트러」의 한국공연이 11일과 12일로 다가왔다.

<1918년 창단>
「스위스」의 불어권인 「로망드」지방에서 1918년 지휘자 「앙세르메」에 의해 창립된「스위스·로망드·오키스트러」는 현재 단원 총 1백 30명을 이끄는 대 교향악단. 길지 않은 50여 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는 「비엔나·필하모닉·오키스트러」와 함께 세계 정상급의 연주를 들려주는 1급 교향악단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창립자 「앙새르메」의 깊은 교양과 음악성을 바탕으로 한 지도력과 역대 단원 하나 하나의 노력에서 온 것이라 평가되고 있다.
평소 『음악에 혼을 넣어 연주해야 한다』는 음악 철학을 가지고 있던 「앙세르메」는 창단 당시 「이탈리아」와「벨기에」계에서 현의 주자를, 독일과 「오스트리아」계에서 금관주자를, 「프랑스」계에서 목관 주자를 「스카웃」했다.
국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스카웃」한 당시의 진용은 정말 화려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계에서 「스카웃」한 목관 「파트」는 뛰어난 것이었는데 그들의 연주는 「벨베트」처럼 부드럽고 감미로운 것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목관 「파트」의 합성은 오늘날까지도 명맥을 이어 내려와 목관악기가 내는 최고의 진수를 우리는「스위스·로망드」의 연주를 통해 맛볼 수 있다.
특히 목관악기의 활약이 큰 「프랑스」 인상주의 계열의 음악 연주는 일품으로 꼽히고 있다.
1918년 창단 당시 48명으로 시작된 악단은 1938년 창설 20주년이 되는 해에 「로잔」 방송국 관현악단을 흡수하여 1백 30명으로 단원을 늘렸다. 특히 세계 제2차 대전 중에는 「유럽」대륙에서 전화를 피해 「스위스」로 피난 온 동구와 「유럽」 각 국의 일급 연주자들을 「스카웃」하여 단원으로 흡수함으로써 연주 수준을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 올렸다.

<폭넓은 「레퍼터리」>
그리고 오늘날처럼 「제네바」와 「로잔」을 중심으로 연주 활동을 하면서 각 방송망을 통해 「유럽」 각 국으로 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또 세계를 향한 순회 연주로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떨쳐갔다.
오늘날까지도 「앙세르메」가 「프랑스」 인상파 음악가인 「라벨」, 「드뷔시」의 탁월한 해석가로 이름나 있는 원인이 여기에 기인한다. 창단이래 꾸준히 50여 년 간 「스위스· 로망드·오키스트러」를 키워오고 그 연주 성격을 만들어온 「앙세르메」가 68년 은퇴한 이래 새로이 「자발리쉬」가 지휘자로 「스카웃」되었다.
53년 30세 때 「바이로이트」 음악제에 사상 최연소 지휘자로 초청되어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지휘한 「자발리쉬」는 독일 「뮌헨」 출신의 음악가. 그는 당시 세련된 지휘와 솔직한 연주를 통해 확연하게 자신의 해석을 과시하는 한편 작곡가의 의도하는 바를 그대로 전달하여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카라얀」을 비롯한 세계 1급 지휘자가 그랬듯이「자발리쉬」 또한 「피아니스트」 출신.
「바이얼리니스트」인 「게르하르트·자이츠」와의 「피아노」 이중주로 「제네바」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로이트」 「데뷔」 이후 그는 「베를린·필하머니」를 여러 차례 지휘하는 한편 「비엔나·필하모닉·오키스트러」의 상임지휘자로 발탁되어 「카라얀」의 후계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1급 지휘자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백건우씨와 협연>
72년 「뮌헨·올림픽」 개막 때 공연한 윤이상 작곡 『심청전』의 지휘를 맡기도 해서 우리에게는 낯익은 이름이다. 「자발리쉬」가 지휘를 맡게 되자 다채롭고 영롱한 「스위스·로망드·오키스트러」의 「프랑스」적인 본래의 화음에 독일적이고 이지적인 완전함과 명쾌함이 가미되었다. 「프랑스」쪽으로 기울던 「레퍼터리」에 「모차르트」와 「베토벤」·「바흐」 등의 독일 고전으로까지 그 연주 「레퍼터리」를 넓혀갔다.
내한 공연의 「레퍼터리」는 이러한 「스위스·로망드·오키스트러」만이 지닌 「라틴」 적인 요소에 「게르만」적인 요소를 고루 갖춘 연주 솜씨를 고루 감상할 수 있도록 짰다. 「베를리오즈」「라벨」로부터 독일 현대음악가인 「리하르트·슈트라우스」에 「모차르트」, 「베토벤」을 총 망라한 곡들이다.
아름다운 「알프스」의 설경과 투명하게 맑은 호수를 배경으로 연마된 격조 높고 절묘한 화음의 향연이 베풀어지는 것이다.
「피아노」협연에는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전 「유럽」과 미 대륙으로 그 활동범위를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씨. 우리나라의 연주에서는 주로 「라벨」과 「드뷔시」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해 온 백씨는 이번 연주회에서는 독일 고전 「모차르트」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백씨의 또 다른 연주 세계를 이번 「스위스·로망드·오키스트러」와의 협연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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