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보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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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4월에 「런던」의 「크리스티」미술경매장에서 명조의 항아리 하나가 팔렸다. 이때의 낙찰 값은 4억4천8백만 원.
항아리 전면에 정교한 용의 그림이 그려진 자기였지만, 그다지 뛰어난 일품은 아니었다. 그래도 싸게 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었다.
세계미술시장에서는 요즘 도자기「붐」이 한창이다. 특히 동양의 고미술품들은 나오기가 무섭게 팔린다. 고미술품은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데 수요는 늘어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부터 전남신안군의 도덕도 앞 바다에서는 물 속에 잠겨 있을 값진 문화재들의 인양작업이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바로 얼마 전에도 어부들이 송·원대의 유물들을 1백17점이나 건져낸 일이 있다.
같은 장소에서 이미 지난 1월에는 한 어부가 원대청자를 하나 건져낸 적이 있고 이 바다 속에는 그 당시 가라앉은 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더 많은 고미술품들이 발굴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명 대의 항아리가 4억 원이 넘는 다면, 송·원대의 일품들은 더 비쌀 게 틀림없다. 물론 바다 속에 수백 년씩이나 잠겨 있었으니 많은 손상이 있을 것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지난번에 밀매됐던 꽃병들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을 수 있다.
결국 값으로 치면 몇 백억 원이 넘는 보물들이 몇 백년 동안이나 바다 속에 잠자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보물 더미 위를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배들이 오고 갔을까. 그리고 그 뱃속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꾸었을까.
명주재장이라는 말이 있다. 명주는 보옥, 곧 반야의 지혜를 못한다. 보물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가 자기 손아귀 속에 쥐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먼 곳을 찾아 헤맨다. 그만큼 사람은 어리석은 것일까.
아무리 보물이 소중한 것이라 해도 사람들이 찾아내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보물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지난여름에 어느 공사장에서 값진 고전들을 찾아낸 인부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 가치를 모르고 넝마장수에게 팔았다.
보물이란 찾아내는 사람이 임자가 아니다. 그것을 제대로 간직할 줄 아는 사람이 참다운 소유주가 되는 것이다.
문화재의 밀매·도굴을 막을 길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으로 줄일 수는 있다. 그렇지 못한 것은 문화재보존법에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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