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찰 31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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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립경찰이 창설된지 10월21일로 31주년이 되었다. 한마디로 31년 우리 경찰이 걸어온 길은 훼예가 교차하는 우여곡절의 역정이었다. 초창기에 혼란의 극복과 대공투쟁으로 건국의 기초를 닦은 국립경찰은 한때 권력의 시녀로 지탄을 받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해경부정등 사회부조리와 관련된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국민에게 투영된 경찰상은 상당히 일그러졌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큰 안목에서 보면 이런 오점은 부분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 탓을 모두 경찰에만 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사실 대부분의 경찰은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맡은바 일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때문에 국립경찰 31돌의 의미는 지난날의 영욕과 고난을 되새기는데서가 아니라 「민중의 지팡이」로서 바른 경찰상의 확립을 다짐하는데서 찾아야 하겠다.
경찰은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광범한 책임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범죄의 예방과 범법자의 색출은 그 원초적 임무라 하겠다. 국민의 경찰에 대한 신뢰는 바로 이 범죄의 예방과 범법자의 색출 능력에 좌우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경찰의 범죄예방·수사능력은 시민들이 안심하고 살수 있는 정도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할 수밖에 없다.
양적으로 늘어나고 질적으로 지능화·조폭화해가는 범죄에 경찰의 예방·수사능력이 못따라 가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범죄예방·수사능력이 상대적으로 제고되지 못한데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경찰측에서 보면 격무와 각종 지원의 부족에서 오는 사기의 침체로 요약될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찰력은 4만5천명이 채 못되는 수준으로 인구 7백75명에 경찰관 1명 비율이다. 이를 미국의 5백43대1, 일본의 5백78대1,「프랑스」의 3백16대1, 자유중국의 6백79대1, 「스페인」 의 2백75대1등의 인구대비에서 보면 우리 경찰의 격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대공·해안경비등에 종사하는 인원을 제외한 고유한 의미의 경찰 일반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은 고작 반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토록 경찰의 격무가 심화된데는 4·19 이후 경찰에 대한 평가를 절하하려는 풍조가 적지 않게 작용한 듯 하다. 자유당 정권의 말기인 59년에 비해 전체공무원 수는 92%나 늘었으나, 경찰관수는 3만3천명에서 4만5천명으로 불과 36%밖에 늘지 않았다.
이렇게 해묵은 경찰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경부는 내년에 일반경찰 1전95명을 포함해 총 4천6백40명의 경찰인력을 증원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예년 증원수준에 비해선 획기적이라 하겠지만 15년간 쌓여온 격무가 한 두해의 단속적 증원으로선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한심한 상태에 있는 수사장비의 개선과 수사활동비의 과감한 현실화도 추진되어야 하겠다.
범죄가 기동화·광역화하는 현실에서 경찰 보유 차량의 43%가 노후 차량이래서야 어찌 얘기가 되겠는가. 이러한 현실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꾸준히 개선 노력이 기울여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찰관의 사명감 제고다. 자기희생의 각오와 국민에 대한 봉사자세를 확립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가 서지 않는 한 인원과 장비를 갖춘들 그것은 「민중의 몽등이」를 강하게 하는 것일 뿐 「민중의 지망이」를 든든하게 하는 것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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