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경 24년만에 경장으로 특진|태릉경찰서 윤영매 경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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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4년 동안 말단 경찰관으로 불우한 사람들을 내일같이 보살펴 온 여자경찰관 윤영매 순경(47·서울 태릉경찰서 수사계근무)이 21일 21주년「경찰의 날」을 맞아 경장으로 특진됐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외롭게 자랐기 때문에 자신처럼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었다는 윤 순경은 황해도 해주여고를 졸업한 다음 6·25동란이 채 끝나기도 전인 52년 4월1일 초창기 여자경찰에 투신, 24년간 만년 순경으로 교통경찰·국회경비대·유치장면회담당, 그리고 지문감식업무 등 일선에서 일해 왔지만 한번도 경관이 된 것을 후회해 본적은 없다고 말했다.
윤 순경은 그동안 내무장관표창을 비롯, 모두 6회의 표창을 받았고 최근10년 동안은 지문감식의「베테랑」이 되어 태릉경찰서가 73년 창설이래 지문처리부문에서 서울의 17경찰서 중 계속 1위를 차지하게 하는데 공로를 세웠다.
21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224의29 산비탈에 자리잡은 윤 순경의 집에서는 고된 경찰업무에 시달리는 아내에게 한번도 짜증을 내지 않고 격려해 온 남편 한인섭씨(50)와 경숙(23·성신여대미술과 졸업), 유숙(20·인덕 예술공전1년) 규현(19·고대이공계 1년), 규형(16·동서중 졸업)등 2남2녀가 뒤늦었지만 자랑스런 어머니의 특진에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성북동에서 대전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리는 출근길을 손수 밥을 지어먹고 다니면서 박봉으로 2남2녀를 공부시켜 온 윤 순경은 73년 11월 남편이 안암1동 동장을 하다 뜻밖에 권고사직 되는 바람에 한꺼번에 자녀들의 학비를 댈 수가 없어 막내 규형 군을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제 정년퇴직이 3년 남은 윤 순경은 『경찰관은 남에게 도움을 주고 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단 경찰에 몸을 담았으면 성실히 일하고 조금만 자기 희생을 하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한마디 조언도 잊지 않았다.<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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