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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져 가고 있나 국회상임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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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회의 대 정부질문에 이온 상임위운영은 「능률」위주의 여당방침이 많이 투영된 것 같다.
무사고에 속력까지 낸 추경예산안심사는 사흘에 걸친 예심과정을 쉽게 넘기고 18일부터 열릴 예결위에 넘겨졌다.

<답변곤란해지면 여유 주고>
거의 모든 상임위에서 사회봉은 위원장이 잡아 야당간사가 잠시 위원장 대행역을 한 것은 교체위의 황명수 의원(신민)정도.
여당은 상임위의 발언시간을 본회의에 준해 1시간으로 잡고있으나 본회의장에서처럼 시간을 재지 않아서 시간엄수는 대수롭잖게 넘긴 편.
재무위의 이중재 의원(신민)은 14일 1시간반을 발언해 기록을 세웠고 경과위의 고흥문 의원(신민)도 1시간이상 발언.
일문일답씩 운영은 아니었으나 보충질문 많이 이용해서 어느 상임위고 때때로 일문일답으로 발전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
야간국회의 지양 방침도 대체로 지켜지고 있으나 재무위는 14일 하오8시까지 「마라톤」회의를 한 예외「케이스」
이를 두고도 공화당의 오준석 부총무는 『저녁을 먹지 않고 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에 야간회의지양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석.
여당이 밀고 나간 발언대사용금지는 신민당 총무단의 강력한 지시에도 불구하고 농수산·상공·문공·재무·외무위 등에서 모두 착석발언을 했으나 교체위 등에서 대여투쟁 종목에 올라 시행착오가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
정치발언은 본회의에서처럼 불모지대를 이뤄 행정차원의 질문이 대종을 이룬 것이 특징.

<"사전공사합리화 아니냐">
추경예산의 문제점은 본예산에 변경을 가할만한 「추경요인」을 결여했거나 이미 써버린 것을 계상한 것.
당초의 2조3백62억원보다 2천3백38억원이 순증된 추예산은 투융자가 1천6백56억원으로 70%.
재무위에서 고재청 의원(신민)은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출자금 1천6백65억원을 보면 본예산편성때 삭감된 것과 내년도에나 집행할 사업이 수두룩하다』고 했고 경과위에서 고흥문 의원(신민)도 『투융자 중 산은출자 5백억원(포철3백억·종합화학 2백억원)과 한전출자7백억원은 전액 내년으로 이월될 성질의 것』이라고 지적.
정헌주 의원(신민)은 강원도와 중부지방의 수해복구비 18억원은 이미 다써버린 것이라고 예시. 송원영 의원(신민)은 국방비중에, 문부식 의원(신민)은 온산 비철기지 방파제 축조비(20억원) 등에 써버린 예산이 포함됐다며 『사전공사합리화가 아니냐』고 했다.

<"준설공사를 매립공사로">
경제기획원과 과학기술처소관을 15일 하루만에 해치운 경과위에서 민기식 의원(공화)은 『정부가 몇 달만 참으면 될텐데 추경예산을 냈다』면서 그러나『야당도 잘 지적해 놓고는 나중에 적당히 넘어간다』면서 『버티려면 버텨요. 그렇지만 내년예산에서 인정한다면 지금 인정하라』고 충고. 『왜 기업을 상대로 한 법인세증수는 없고 근로자를 상대로 하는 소득세에서 증수가 많으냐』는 고흥문(신민)의원 추궁에 대해 남덕우 기획원장관은 『법인소득발생시기와 과세시기간에 1년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라는 등의 답변을 했으나 고 의원은 다시 『그렇다면 내년예산에는 법인세증수가 반영돼야 할텐데 소득세증가율(24·7%)과 법인세증가율(25·1%)이 비슷하니 답변과 다르지 않으냐』고 질문. 남 장관은 『자세한건 지금 얘기하기 어려우니 나중에 한번 챙겨보겠다』고 약속.
농수산위에선 7분 도미를 폐지할 용의가 없느냐는 이용희 의원(신민) 질문에 최각규 농수산장관이 『소비절약의 측면도 있고 쌀의 「겨」가 좀 있는 것이 국민건강에도…』라고 답변했다가 『겨가 건강에 좋다면 끼니마다 먹도록 해요』 『어느 나라에서 7분도 먹어라 9분도 먹어라하느냐』는 역공을 받았다.
재무위에서 천명기 의원(신민)은 준설공사가 본래업무인 준설은 36%,매립은 64%를 했다고 지적하고는 『이름을 차라리 「매립공사」라고 하면 어떠냐』고 질문.
외무위에서, 김탁하 의원(무소속·전북 김제출신)은 『신라문화는 잘 개발되어 관광자원도 되고있는데 왜 백제문화는 개발하지 않느냐』고 이색질문.
유상근 통일원장관은 『그것은 문공부나 문교부가 할 일』이라고 간단히 답변.
문공위에서 채문식 의원(신민)은 『문공부관리가 출판물에 대해 「퇴폐」니, 「음란」이니 하고 판정을 내리는 것은 헌법기본권정신에 어긋나지 않는가』고 질문. 김성진 문공장관은 『최종판단은 대법원이 한다』며 『과잉단속을 말라는 경고로 받아들이겠다』고 답변.
육인수 의원(공화)은 『사이비언론인이 같은 선거구의 한 의원을 두둔하고 다른 한 의원은 비방하는 잡지를 만들어 배포하는데 조절방안이 뭔가』고 묻고 『문공부가 손 안 댄다면 내가 나서 의원입법이라도 하겠다』고 나섰다.

<증자안낸 한전에 집중타>
정부출자금 7백억원증자안을 내놓은 한전(사장 김영준)은 상공·경과·재무 등 3개 위원회서 동시다발로 집중타를 맞은 예.
상공위에서 박찬 의원(신민)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란 영화가 있긴 하지만 한전의 과거는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비위를 따지다 『한전에는 민족의 반역자가 다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힐난.
문태준 위원장은 『표현이 모욕적』이라며 박 의원의 이 발언을 속기록에서 직권삭제.
엄영달 의원이 한전인사규정의 맹점을 낱낱이 열거하자 김 사장은 『공부를 많이 시켜 주어 엄 의원께 감사한다』고 인사.
경과위에서는 정헌주 의원(신민)이 『세금으로 돈대주면 갈라 먹고 모자라면 또 돈대주고…이런 악순환 언제까지 갈 것이냐』고 정부의 입장을 추궁하자 남덕우 기획원장관은 『한전에 관한 부정자료 있으면 좀 달라』고 요구
그러자 정 의원은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약은데 자료를 남기겠느냐』고 반문했고 여당의 김주인 의원마저 『5억「달러」짜리 하나에도 1억「달러」가 왔다갔다한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 가세.

<총리실, 빈틈없는 답변준비>
총리실은 이번 국회답변에서 24시간전 국회로부터 질문서를 받는 대로 매일 대기시켜 놓은 각 부처 기획관리실장에게 즉각 전화, 필요한 자료를 보내도록 지시해 빈틈없이 답변을 준비.
각 부처는 「예상질문·답변서」를 만들어 상비, 소관업무별로 수시로 보완해와 어느 부처에선 『예상문제의 70%밖에 안나왔다』고 했고 『너무 쉽게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른바 「엘리트」들이 많다는 부처의 국장급 중에는 『국회의원들이 웬 자료를 그렇게 많이 요구하느냐』 『그 많은 자료를 모두 어디다 쓰려는지 모르겠다』는 등 공공연히 비양.
언론에 관한 「제퍼슨」의 말을 인용, 답변했다가 본의 아닌 「곤욕」을 치른 김성진 문공장관은 아직도 기분이 개운치 않은 듯 『그게 그렇게 받아들여질 줄 몰랐다』면서 『다음엔 「헤겔」이 「매일아침 신문을 읽는 것은 기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고 답변할까』며 기자들에게 농담.
정부관계자들은 이번 국회에서 답변이 가장 어려웠던 질문이 △시정연설의 총리대독 △미국에 이주해있는 한두 인사문제 △부가가치세 △한독 맥주부정사건 등이라고 토로했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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