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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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복잡하고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있는 현대인은 늘 휴식을 원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이미 인간으로서는 좀처럼 감당키 어려운 위력을 가진 위압적 소여로서 작용하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이에서 초연하게 「인간」을 수호하기는 여간 힘들지 않은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현대인은 만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희생자이며, 일종의 초기 정신질환자다.
이같은 정신병학자들의 견해는 약간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현대생활의 비인간적 양상을 적절하게 실명한 것임에 틀림은 없다.
이런 처지에서 「인간」을 회복하고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냉정히 생각할 때 인간에게 있어 인간다운 삶,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보다 더 소중하고 더 긴요한 일이 또 있을까.
그 생활의 질 향상의 한 측면에 「주말의 휴식」이라는 것의 뜻도 있는 것이다.
한 주일동안 직장에서, 일터에서, 대인관계에서, 혹은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골치를 썩혔던 사람들에겐 주말의 휴식은 어느 의미에서나 절대적인 필요인 것이다.
「스트레스」가 누적할 때 일어날 정신적·육체적 파탄을 미리 예방할 절호의 기회가 바로 주말인 까닭이다.
그러나 주말의 휴식이 바로 해방과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휴식」은 말 그대로 「잠깐 쉬는 것」이지만, 단순히 일을 안하고, 낮잠을 잔다는 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말의 휴식은 일주일간의 노동의 대가로 얻은 값진 보상적 시간이며, 해방의 시간이지만 또 동시에 다음 일주일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기도한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 휴식은 인간적 축적의 계기가 되어야 하며, 인간성장의 디딤돌이어야 한다. 그것은 「나」를 반성하는 때이며, 가족과 이웃에 대해 사랑의 연대를 실천하는 시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하고 있는 것처럼 계절 따라 홀로 산책을 즐긴다던가, 친지들과 함께 낚시나 등산을 즐기는 것은 보람있는 일로 쳐주어야 한다. 또 「테니스·코트」에 나가 「래크」를 휘두르던가, 주말여행길에 훌쩍 떠나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인생역정에 놓여진 귀중한 순간들이요, 여유와 자적의 기쁨을 마련해주는 값진 추억의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귀중한 휴식의 시간들이 몰지각·몰이해의 소치로 가끔 파괴되거나 얼룩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주말을 즐기는 것의 참뜻을 망각한 채 공공의 질서를 멋대로 파괴하며, 해괴한 작태를 일삼아 또 하나의 불쾌지수를 높이게 하는 우리네 놀이터풍경은 하루속히 고쳐져야 할 것이다. 『놀이하는 인간』이란 인간의 기본적 존재양식이다. 인생의 허위와 위선을 조롱하고 억압된 자아를 스스로 해방시키려는 이른바 「호모·루덴스」야말로 원초적인 인간의 존재 모습이라는 견해다.
그러기에 즐김은 결코 퇴폐도 파괴도 아니요, 인생에 대한 자각이며 반성의 표현이다. 그것은 인생긍정의 몸짓, 건전한 삶의 태도인 것이다.
그런 뜻에서 주말의 휴식을 즐기는 것은 즐거운 「일」에 이르는 길이 되고, 건강한 인생을 만드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사실상 주말이라고 특별히 즐거울 턱은 없을지도 모른다. 슬픔과 괴로움이 널린 인생살이에서 주말의 즐거움을 찾겠다는 것이 억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휴식의 한때에 인생의 풍부한 의미를 찾는 여유를 즐길 줄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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