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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에 몰아친 「비평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전에 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연극계에 느닷없이 비평논쟁이 휘몰아쳐 주목을 끌고 있다. 논쟁의 불씨는 「한국연극」(연극협회발행·대표 이진순)9월호에 실린 극작가 이근삼(서강대교수)의 『연극평론가를 지망하는 K군에게』라는 글.
이 글에서 이씨는 우리나라연극계의 비평부재를 개탄하고 일부 비평가들이 『망나니잡소리』같은 극평을 쓰고있다고 흑평, 그 예로 이상일씨(성대교수)의 경우를 든것이 이씨는 물론 연극평론가들을 격분시킨 것이다.
우선 이씨의 글을 간추리면 『연극인들이 일생을 연극에 걸고 고생하고 있는데 일부 비평가들은 연극을 사교의 무기정도로 간주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이들은 누구하나 원치 않는 글을 「서투르고 천한 수법」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연극을 모르고 또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극평은 거품을 문 입에서 튀어나오는 욕설같은 글이 대부분인데 가령 『왜 그러세요』(이근삼 작)에 관해 「갈겨쓴」 이상일씨의 글을 보면 작품의 내용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한마디 논평도 없이 자신과 연출자 이진순씨에 대해 알기 힘든 글로 욕만 퍼부었다. 비평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연극인은 없겠지만 극평가는 총을 든 포수도 재판관도 아니며, 생각은 예리하되 행동은 정중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일씨는 본사에 보내온 반박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극평은 언제나 무대 위에 나타난 사실만을 대상으로 한다. 연극인들의 노고를 참작, 공연결과가 나빠도 봐달라는식으로 극평에 대한 애걸과 이것이 통하지 않을 때의 악담은 극평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일부 연극인들이 아무리 극평에 대한 집요한 압사를 꾀한다해도 자신은 계속 발언하고 비평할 것이다. 연극인과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때문에 인정과 체면을 덤으로 얹어주는 식의 광고평론은 하지 않을 것이다.
예술의 발전이 비평의 발전과 병행하는 것이라고 볼 때 양 이씨의 이같은 「치고 되치는」 논쟁은 연극의 발전이나 연극평론의 발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것은 두 사람의 논지가 폭같이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인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근삼씨의 「비평부재론」이나 이상일씨 「평론」에 있어서의 인간관계배제」주장은 그 나름대로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술의 입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김정옥씨(중앙대교수)도 『그것도 관심의 한 표현이라면 논쟁은 침묵보다는 좋다. 그러나 인신공격적인 것보다는 정정당당한 예술의 논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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