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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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팔청춘이라면 이 도령과 춘향이 사랑을 속삭이던 나이, 곧 16세를 말한다. 옛 사람들은 16세를 한참 꽃피는 나이로 봤던 것 같다. 이 나이가 되면 남녀 할 것 없이 자랄 대로 다 자라 사랑을 해도 좋을 만큼 성숙하여, 말하자면 어른이 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16세면 남자는 호패를 차고 어른 행세를 해야만 했다.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나이도 15세부터였다. 최치원이 대과급제한 것은 16세. 이 도령이 어사가 된 것도 17세. 16세만 넘으면 국사를 맡아도 좋을 나이로 봤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16세 미만이 미성년자였다. 이런 생각은 옛 형벌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경국대전을 보면 70세 이상 15세 이하는 강간·살인이 아니면 수금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속대전을 보면 15세 이하 70세 이상은 유죄를 받는 경우에도 벌금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돼있다.
15세 이하는 옳고 그르고를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이래서 80세 이상과 7세 이하는 사형을 받을만한 죄를 저질러도 형벌을 주지는 못하도록 했다.
옛 사람들은 우리가 짐작하기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었다. 미성년만이 아니라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까지 형벌상 차등을 두게 한 것부터가 그렇다.
옛날에는 이른바 노망기도 일찍 다가왔다. 또 80이 넘도록 사고의 균형을 잃지 않기란 매우 어려웠던 모양이다.
단순히 경로사상 때문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령 80이상과 10세 이하에게 사형을 줄 때에는 반드시 왕의 윤허를 받도록 했다.
한말에 이르러서는 이 규정이 더욱 세분화되어 8세 이상 12세 이하는 형벌을 감2등 하도록 했다.
이렇게 형사책임을 묻는 나이를 절대적 책임능력자와 한정적 책임능력자로 갈라서 다루었다.
영·미의 관습법에서는 17세 이하를 절대적 무능력자로 보고, 14세 이하를 한정적 무능력자로 보아왔다.
우리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이팔청춘이라지만 이 도령의 16세는 만으로 따지면 14세 일수도 있다. 앞으로 미성년자 보호법의 대상자 연령이 지금까지의 20세에서 18세로 내려갈 모양이다. 15년 전의 20세와 오늘의 18세는 신체 및 정신연령에 있어 맞먹는다는 이유에서다.
육체적 연령으로만 본다면 옛 이 도령은 오늘의 18세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정신연령은 분명히 가리기 어렵다. 뭔가 모자라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봐야 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걱정은 18세라면 고교생까지 낀다. 따라서 18세부터 정상적으로는 모두가 대학생이 되는 미국이나「프랑스」와는 사정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개정법이 시행되면 청소년 범죄는 크게 줄어들게 틀림이 없다. 물론 통계상으로 그렇다는 얘기일 뿐이다. 더욱이 권리·의무의 주체적 부담능력을 규정한 민법상의 성년 연령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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