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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곁에 없지만 … 단원고 탁구부 눈물의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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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현숙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왼쪽)이 전국종별탁구선수권 여고부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고도 사고를 당한 동료들 생각에 울먹이는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월간탁구]

진도 세월호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의 여자 탁구팀이 전국대회에서 눈물의 우승을 이뤄 냈다. 단원고는 17일 충남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0회 전국종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울산 대송고를 3-1로 꺾고 이 대회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우승으로 기뻐해야 할 날이었지만 이날 단원고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단원고는 이 대회 2연패를 목표로 의욕적으로 대회에 나왔다. 그러나 16일 발생한 진도 세월호 사고로 선수, 코칭스태프, 학부모까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단원고 선수 중에는 2학년생이 3명 있다. 사고를 당한 친구들 걱정에 선수들의 몸과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탁구계 관계자는 “또래 친구들이 사고를 당하다 보니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죄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 포기도 고려했다”며 “2학년 선수들 중에 친구가 실종된 경우도 있어 심적으로 불안정해하고 밤새 눈물을 흘린 선수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 중에도 무거운 분위기는 이어졌다. 동료가 공격을 성공할 때마다 간간이 박수를 치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표정은 밝지 못했다. 단원고 선수 학부모들도 이날은 응원을 자제한 채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그래도 단원고 선수들은 끝까지 뛰었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친구들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사고 당일인 16일 준결승전에서 안양여고를 접전 끝에 3-2로 꺾은 단원고 선수들은 결승에서 더 막강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1단식에 나선 2학년 안영은(17)은 1세트부터 큰 점수 차로 앞서가 김진혜를 3-1(11-1, 11-5, 8-11, 11-6)로 물리쳤다. 3학년생 박세리·박신해(이상 18)도 두 차례 단식 경기를 모두 이겼다.

 2009년 창단한 단원고는 지난해 전국체육대회, 종별선수권, 대통령기 등 주요 전국 대회를 휩쓸었던 여자 탁구 고등부 강호다. 2011년 대한탁구협회 우수단체상에 이어 지난해 최우수단체상도 받았다. 늘 시상대 가운데가 익숙했던 단원고 선수들이었지만 이날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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