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고유 기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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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감사원이 앞으로 직무감찰은 부조리 시정에, 회계감사는 서면감사에 치중하기로 감사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감사원의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옳은 태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정 부패의 추방은 항상 감사기능의 강화와 연결되었다. 사실 적절한 감사기능 없이 부패, 특히 관료의 부패를 방지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부패방지 문제에 관해 폭넓은 조사활동을 벌였던 인도의「산타남」위원회가 제시한 부패방지 대책의 기조도 민원업무의 간소화와 행정 감사 기능의 강화로 요약되었다. 동남아에서 부패 추방의 가장 모범적 예로 손꼽히는「싱가포르」의 경우에도 부패행위 수사국의 강력한 수사 및 감사활동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감사기능은 또 그 나름대로의 부작용을 파생시키는 법이다.
우선 감사 자체가 높은 도덕성을 지녔느냐 하는 문제다. 부패가 심했던 태국의「타놈」정권 아래서도「타놈」의 아들「나룽」을 위원장으로 한 부패방지위가 있었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부패를 막는 일 보다도 부패공무원으로부터 상납을 받는데 더 열중했다. 이처럼 감사기능이 높은 도덕성과 기준을 갖추지 못하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하다는 얘기가 된다.
감사기능이 높은 도덕적 수준을 갖췄을 경우에도 너무 심한 감사는 자칫 행정의 활력을 위축시키는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하나의 문제를 다른 문제로 대체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어떻게 하는 감사가 적절한 감사냐 하는 방법론이 중요하다. 이러한 방법론의 모색에 있어선 감사란 결국 부패 추방의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못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감사만 강화되면 부패와 부조리가 근절될 수 있다고 보는 감사 만능식 사고방식은 너무 독선적이라는 평을 면하기 어렵다.
앞으로 감사원 감사가 서면 회계감사와 부조리 시정적 직무감찰이란 본래의 테두리를 지키겠다는 신임 신 원장의 견해에 동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정쇄신이란 당면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감사원의 기능 강화는 불가피했고 또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집중 실지감사로 감사의 본때를 보여주어 관료들에게 경종을 울린 반면, 신 원장이 지적하다시피 전반적인 감사를 못하고 부분 집중 감사에 그치는 문젯점도 낳았다.
그 동안은 서정쇄신이란 대 목표 때문에 관료의 타성적 사고방식에 충격을 주는 것이 더 급했으리라 이해된다.
하지만 이러한 감사방식이 장기간 계속되어선 곤란하다. 이의 장기화가 행정의 침체와 무기력이란 다른 부조리를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이 행정을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면 감사는 행정의 궤도이탈을 막는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감사가 행정을 지도하려거나, 행정효율의 제고에까지 큰 관심을 기울이거나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아 과한 것일 뿐더러 마찰의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역시 감사원 감사는 증빙서류에 의한 철저한 회계감사가 중심이 되어야하고 그것이 감사원의 고유 기능인 것이다. 거기서 행정의 모든 부조리 요인이 전반적으로 적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사원 감사의 원 테두리로의 수렴을 환영하면서 이것이 보편적인 감사기능 외 질적 강화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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