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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사기강」의 실험국회|정기국회 1주일, 어떻게 움직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반년만에 문을 연 국회는 지난 1주일간 상임위별로 제1「라운드」경연을 벌였다.
법사위는 율사들의 모임답게 법무부가 성안한「간이공판제도」에 선제공격을 가해 정부·여당간에 보류하도록 유도했고 재무위는 세인의 주목을 끌었던「한독맥주사건」을 집중 공략.
국방위는 하루 현황 청취에 이틀간 방위산업을 시찰해「현장확인」을 우선시켰으나 대체적으로 각 상임위는 자료제출에 치중해 정책질문은 늦춰놓고 있는 상태.

<"유치원생 다루듯 한다">
정기국회의 운영지침을「국회법대로」에 두고있는 여당은 초반의 의사진행이 대체로 순조로 왔다고 평가.
공화당의 이해원 부총무는『상임위원장들의 노력으로 수준급이었다』고 했고 이도선 유정회 부총무는 1백점 만점에 85점 정도라고 평점.
여당은 상임위에서 △발언대 사용금지 △일문일답 안 하기 △반말이나 인신공격 없애기 등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고 자평.
재무위 등 일부 상임위에서 야당의원들이 발언대에 나서려다 위원장의 제지를 받았고 정부측에서도 대부분 앉은자리에서 발언했으나 김성진 문공장관 등은 발언대 사용파.
발언대 사용금지를 놓고 신민당의 고흥문 의원 같은 이는『유치원생도를 다루듯이 한다』며 예산심의 때는 발언대에 나서서 정정당당히 발언할 것이라고 예고하고있고 일문일답식 질의응답을 여당이 기피하는데 대해서도 야당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자세.
김용태 공화당 총무는『이번 국회에서 정부측에 반말을 하거나 욕지거리하는 것은 뿌리를 뽑겠다』면서 구태의연한 불손의원이 나올 경우에는 징계회부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

<자료요구에 여야태도 상반>
자료요구에서는 야당이 적극적인 반면 여당은 소극적인 자세. 경과위에서 신민당측 간사인 이기택 의원은 야당을 대표해 경제기획원에 자료제출요구를 하면서『이 말은 속기록에서는 빼라』고 전재한 후『우리 위원회에는 야당의 당수격 두분(유치송·고흥문 최고위원)과 전당대회의장(정헌주 의원)이 계시는 만큼 부실한 자료를 낼 경우 정기국회에 대한 신민당의 기본방향이 바뀔 수도 있으니 알아서하라』고 엄포.
중앙선관위의 현황을 들은 내무위에서 신민당의 김수한 의원은『사소한 업무까지 다 보고하면서 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유권해석 관계보고는 않느냐』고 지적, 서면자료 제출을 약속 받았다.
야당 측의 이런 자세와는 달리 여당 측은『나중에 위원장에게 별도요청 하겠다』고 해 대조적.
공화당의 박숙현 의원은『김상년 의원(공화)부탁을 받고 요청한다』고 자료제출 요구를 대행.

<혼자2백61건이나 요구>
4일간의 소관부처 현황을 듣고 여야의원들이 요구한 자료건수는 모두 1천5백여 건.
위원회별로는 교체위가 3백50건으로 단연 압도적이고 다음이 △농수산위 2백10건 △내무 1백99건 △재무 1백66건 △상공 1백38건 △문공 1백10건 등으로 1백여건이 넘는 상임위만도 6개.
개인별로는 교체위의 김은하 의원(신민)이 2백61건(교통부80·철도청60·체신부58·항만청43·준설공사20건)으로 최고기록을 수립했으며 이용희(농수산·신민) 김경인(문공위·통일)의원이 은·동「메달」급.
김은하 의원은 많은 자료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국정감사권도 없는 현 국회에서는 야당의원이 자료를 구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이 방법밖에 없다』며『정부측의 현황「브리핑」자료가 과거의 8분의1 분량밖에 안돼 자료요구를 더 하게된다』고 설명.
김경인 의원은 문공위의 전체요구자료 1백10건의 절반에 가까운 45건을 요구하면서『본인의 당직이 그래도 명색이 정책위의장이라 필요한 자료가 많다』고 명분을 제시.
김 의원이 문교부에 요구한 30여건의 자료 중『전국 국민학교의 노후교실· 부족교실 수를「교육청별로」제출하라』는 것 등 1건 내용이 대형인 것이 수두룩.

<정치사건 자료요구가 최고>
의원들의 요구자료 중에는 여고생「골프」장「캐디」동원으로 말썽 난 충남도 교육감의 출석(신도환 의원·문공)등 이색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주로 인사문제·정치적 사건에 대한 자료요구가 많았던 것이 특색.
정치·사회적으로 주목이 될만한 자료 중에는 △사회안전법시행 이후의 처분내용·대상자현황(법사 김인기)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된 학생·종교인·언론인 명단과 조치내용(문공·최성석) △긴급조치9호 위반자의 평균 구형량과 선고량(법사 이택돈) △유언비어사건 발생건수·관련자·조치현황(내무·김수한) △외국인 학교에 재학중인 내국인 학생과 그 보호자명단(문공·신도환) △전국의 10정보 이상 유휴농지 소유자 명단(농수산·이용희) 등등.
상공위에서 엄영달 의원(신민)은『한전 직원의 최근 3년간의 인사이동내용』을 요구했다가『1만4천명의 직원인사이동을 어떻게 제출하느냐』는 김영준 사장의 난색표명으로 즉석에서 취소됐고 경과위에선 △재벌「그룹」의 상업차관 규모와 내용 △수출 1「달러」당 정부 보조액 명세서 등이 야당에 의해 요구됐으나 사기업에 대한 침해우려와 국가이익상 문제로 보류키로 결정.
여당 총무단은 상임위의 의결을 거친 자료라도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 국익에 큰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은 의장 경유과정에서 삭제할 방침을 세우고 2일 상임위원장들에게 자료제출에 엄선을 기하도록 재차 지시.

<질문·답변에 인연도 작용>
질문하는 의원과 답변하는 장관사이에 이런저런 인연도 간과할 수 없는 복수현상. 박원근 체신장관과 육사2기 동기생인 송효정 의원(유정)은 박 장관이 야당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방패역을 담당.
박 장관과 같은 인천출신인 김은하 의원(신민)이 다른 부처에는 70∼80건씩 자료제출을 요구하면서 체신부에는 50건밖에 요구하지 않자 역시 인천출신인 유승원 위원장이『체신부는 봐주는 거냐』고 농담.
재무위의 맹장으로 알려진 L의원은 아들이, J의원은 사위가 재무부에 근무하고 있어 주위사람들의 관심거리이기도 하지만『질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
모 의원 사위는 장인의 질문내용을 사전 탐색하다 장관에게 귀띔하는 일도 없지 않았다는 것.
황산덕 법무장관과 사제지간이어서 항상 고민하고 있는 이택돈 의원(신민)은 아직도『법사위에서 빼달라』고 조르는 실정.
남덕우 부총리는 경과위의 정헌주 의원(신민)을 한때 보좌해 준 인연이어서 상위가 열릴 때마다 두 사람의 처신이 주위사람의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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