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된 유럽통화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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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파운드」화의 폭락을 도화선으로「유럽」통화파동이 다시 재연될 움직임을 보이자 서방 각 국은 이의 진화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힐리」재상은「마닐라」에서 10월4일부터 열릴 IMF연차총회에 참석할「스케줄」을 취소하고 IMF「스탠드바이」차관 39억「달러」의 인출을 요청했으며 서방은행으로부터도 15억「달러」를 급히 빌릴 협의를 하고있다. 「캘러헌」영 수상은「포드」미대통령에게 긴급 전화를 걸어「파운드」화 위기타개를 위한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파운드」화 폭락의 반동으로 강한 통화인 서독「마르크」화와「스위스」의「프랑」화에 대한 매입「붐」이 일자 벌써부터 서독이 10월3일 총선 후「마르크」화를 평가절상 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고있다.
영국이 IMF차관을 신청하자「파운드」당 1.63「달러」까지 내려갔던「파운드」시세가 1.66「달러」로 다소 회복되기는 했으나「파운드」는 사상최저의 바닥시세를 기고 있다. 현재 선진국 통화는 강화인 서독「마르크」·「스위스」「프랑」과 약화인 영국「파운드」·「이탈리아」「리라」로 확연히 양분되어 그 격차가 계속 커졌기 때문에 이번 다시 「파운드」파동이 일어난 것인데 앞으로 평가조정을 통해 양 통화간의 격차를 좁히지 않는 한 통화파동은 계속 일어날 것이고, 또 정지상태에 있는 EEC공동 변동환율제의 정상적인 재 가동도 어려울 것이다.
「파운드」화의 약세와「마르크」의 강세는 양국경제력의 격차를 나타낸 것인데 서독이 물가안정 속의 지속성장을 정착시킨 데 반해 영국은「인플레」와 경기침체·국제수지악화의 삼중고에서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금년 들어 7월까지 서독은 물가상승률을 4.1%로 안정시킨 데 비해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12.9%에 이른다. 이러한「인플레」때문에 영국의 국제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무역수지를 악화시켜 영국의 외환고는 75년 말의54억「달러」에서 7월말의 53억「달러」로 오히려 떨어졌다.
그 대신 서독의 외환고는75년 말의 3백10억「달러」에서 7월말의 3백30억「달러」로 계속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국·일본도「오일·쇼크」로 인한 극심한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는데 단지 영국과「이탈리아」만이 여전히 만성적자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수지기조아래선 영국「파운드」가 폭락 안될 수 없다. 영국은 강한 노조 때문에 생산성 향상 율보다 높은 임금인상이 계속되어있고 이는 물가상승과 국제경쟁력저하의 주인을 이루었다. 영국이 이번「파운드」파동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하여 39억「달러」의 긴급차관을 IMF에 요청하고 IMF도 이를 승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IMF는 39억「달러」차관의 승인조건으로 영국경제의 절제 있는 운용을 내걸었다.
국제경쟁력의 회복을 기할 수 있도록「인플레」수속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이번 통화파동은 그동안 꾸준히 논의되어온, 흑자국 책임문제가 다시「클로즈업」되어 만년 흑자국인 서독·일본에 대한 평가절상과 수입확대의 압력이 IMF총회에서 강화될 것 같다.【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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