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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지방국립대의 경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립대인 서울대 도서관의 장서가 98만7천 권인 것에 비해 지방국공립대학의 경우는「국공립」이 무색할 지경이다.
가장 많은 곳이 17만6천권(부산대)으로 서울대의 5분의l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구나 가장 적은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제주대의 경우는 서울대의 32분의1(3만7백 권) 밖에 안 되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종합대학 중 가장 장서가 적은 곳은 충남대로 서울대의 12분의1(8만 권)에 미달하고 대학도서관 기준(학과 당 5천 권)에도 무려10만 권이나 부족하다.
이밖에 전남대(13만), 전북대(9만), 경북대(15만)등이 10만 내외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지만 역시 기준(과당 5천 권 혹은 학생1인에3십 권)에는 훨씬 미달하는 숫자이다. 그나마도 대부분(80%이상)의도서가 60년대 이전에 나온 옛날 책이기 때문에 일부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제외하고는「죽은 책」이나 마찬가지이다.
서울대가 금년도 도서구입비로 약1억3천만원을 사용한데 반해 가장 많은 부산대가 3천만원, 충남대가2천7백만원, 전북대·전남대가 1천5백만원 정도이다. 단과대학인 제주대는 겨우 6백만원.
이 같은 도서구입비의 격차는 정기간행물 구입에도 큰 차질을 가져와 국내외학술정보에 가장 민감해야할 교수와 학생들은 학문적인 시류에 캄캄한 셈이다.
부산대와 전북대가 7백여종, 충남대가 5백50종, 전남대가 2백50여종의 정기간행물을 구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최신 정보가 불가피한 의·과학계몽의 서적이기 때문에 인문·사회·예술서적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더구나 제주대의 경우, 정기간행물 구입예산이 80만원밖에 안돼 국내잡지25종·외국잡지15종을 구입할 수 있을 뿐이다.
이 같은 부족한 예산에 대해 지방대학 중 도서구입비가 가장 많은 부산대 도서관장 박태권 교수(국어학)는 3천여 만원의 예산으로는 획기적인 사업은 물론 부족 되는 분야의 도서를 보충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새로운 도서의 구입보다 건국의 학위논문집 수집·참고도서 목록색인 사업 등에 역점을 둬 학문연구의 방향을 교수와 학생에게 알리는데 그치고 있다고 실정을 밝혔다.
따라서 부산대보다 더 적은 액수를 도서구입에 충당하는 대학의 도서관 사정은 더욱 말할 수밖에 없다. 단과대학이긴 하지만 강원대의 경우, 매 분기 2백10만원이 도서구입에 사용된다. 이중 외국서적은 1백10권밖에 구입이 안돼 한달 평균 30여권을 구입하고 있을 뿐이다. 이밖에 제주대학 측은 6백만원의 예산으로 매년 무리해서 3천 권의 도서를 구입해도 기준보유량인 8만5천 권이 되기 위해서는 18년이 걸린다고 밝히고있다.
이 같이 장서가 기준에 미달하고 도서구입비가 적은 이유는 서울대나 지방대나 학생이 내는 도서구입비(6천∼1만원)는 비슷하고 국고보조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 서울대가 9천여 만원의 혜택을 받는데 대해 부산대·전북대가 3백만원, 충남대가 5백만원, 강원대가 1백50만원 정도이다.
지방대학 도서관 관계자들은 서울대의 집중적인 육성도 좋지만 지방국립대학이 지나친 피해자가 되고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방대학의 분야별 보유장서는 종합대학이 자연과학도서가 많은 반면 단과대학은 사회과학서적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관계자들은 그 이유를 단과대학의 경우는 자연과학계몽의 과가 거의 없으나 종합대학에 응용과학 계통의 요가 생기면 인문·사회계열에 앞서 최신 과학서적을 구입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부산대(2만5천 권)충남대·전북대(각각1만5천 권)가 과학서적이 많고 강원대(7천5백 권)·제주대(6천8백 권)는 사회과학서적이 가장 많다.
종교서적이 가장 적은 것은 공통된 현상. 서울대의 경우(4천2백 권)도 비슷하지만 전북대 2천 권, 충남대 l건5백 권. 제주대 3백35권으로 가장 적다.
한편 제주대학이 재일 교포로부터 5천여 권, 충남대가 미「웨스트·미시건」대학·일본 등지에서 6천여 권을 대학 측의 노력으로 기증 받아 최신 서적을 해갈시키고있다.
장서 외 내용이 부실한데 반해 열람석은 부족하지 않은 것이 지방 국립대의 특징. 부산대와 제주대를 제외하고는 기준열람석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학술정보「센터」로서 갖춰야할「마아크로 필름」관계 기재·복사기계·전문직 사서가 대부분 없어 시설·인원 면에서도 평균 수준의 대학도서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대학 도서관장들은 졸업논문 제출이 의무화하면서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이 급증했으나 만족할만한 국내도서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논문작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국내서적을 살수 있도록 2천만원 정도의 예산 특배가 긴급하다고 요구했다. <고병선(광주)·반보일(전주)·서송묵(제주)·김달호(대전)·강남주(부산)·박영신(춘천)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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