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장래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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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상과 현실의 균형은 인생에 주어진 하나의 숙제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상과 현실을 조화 있게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실상 젊은이들이 갖는 이상은 생명의 자양처럼 필수적인 것이지만, 현실을 몰각한 이상은 때로 허망한 신기루처럼 불행의 신호일 수도 있는 때문이다.
그 점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불완전하나마『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의식하면서 미래를 개척할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어제 본지문화면 보도에 보이듯이 우리 젊은이들은 일견 현실주의·무사안일주의의 성향을 나타내고 있으나 이들이 목표를 가깝게 찬찬히 내다보고 신중하게 대처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믿음직스럽고 양심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일제지배 하에서, 혹은 광복후의 불안한 사회변환 중에 비뚤어지고 뒤틀리기 쉬웠던 기성세대에 비해서 젊은이들은 오히려 차분하고 냉정하게 자기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순치하는 지혜를 닦아왔다고나 할까.
흔히 기성 지식층이 환경의 막강한 압력 앞에 좌절되어 현실에 영합하거나 아니면 자존망대의 분별없는 거조를 일삼고 있는데 비해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인식은 훨씬 겸손하고 긍정적인 면목이 뚜렷하다.
「이상」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과대한 기대를 걸지 않고 있으면서도 그렇다고 이들은 찰나적 현실주의의 신봉자도 아닌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물질지상, 금전만능, 감각추구에 익숙해있는 오늘의 정신상황에서 이들은 비록 소시민적 안일에 쏠린다고 하지만, 찰나의 삶을 즐기는데 그치는 경박한 생활풍조에 매몰돼 있지도 않다.
이들은「세계의 평화」니,「국가적 번영」이니 하는 것보다도「가정적 행복」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시하며,「사회의 안정」과「개인적 욕망의 달성」을 그 다음의 가치로 믿고 있다.
거창하고 우원하며 따라서 실현성이 희박한 이상보다는 자기가 지킬 수 있고 가꿀 수 있는 가까운 행복에 대해 허식 없이 만족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기에 미래의 행·불행도 결국「스스로의 노력에 좌우」(75%)된다고 보는 이들은「성공의 방법론」으로서 「성실성」(40%)과「재능과 실력」(35%) 그리고「양심적 소신」(11%)을 든다.
현실의 여건이 마련하는 비리를 어찌 모를까마는 우리 젊은이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눈과 대응의 자세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다.
이들에겐들 어찌 문제가 없겠으며, 고민이 없으랴. 현실인들 어찌 불만스럽지 않으랴.
그러면서도 이들은 사회를 믿고 있을 뿐 아니라, 정당한 수단에 호소해서 미래를 설계하는 자세는 오히려 의연하고 믿음직하다 하겠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조망과 자신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보고 개인의 무력성과, 평범성을 잘 알게 된 오늘의 젊은이들은 터무니없이 대의명분을 구하지도, 웅지를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도덕적으로 질서 잡힌 나라」에 대해 동경하며「인간성회복」과「가정의 행복」에 충실하는 긍정 속에서 신중하고 담담하게 현실에의 사랑을 호소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자기파악의 성실성을 기반으로 젊은이들이 자신의 이기추구에 못잖게 다음 세대의 주인공다운 기개를 키우고 이상을 현실화할 열정을 회복하길 기대하게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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