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에 이른 서구 사회민주주의|스웨덴총선 사민당 패배가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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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드디어!』 44년간의 사민당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19일의 「스웨덴」 선거 결과가 밝혀지자 야당계의 「엑스프레센」지는 단 한마디의 주먹만한 글자로 제목을 달았다. 이 한마디는 「스웨덴」에 있어 거의 반세기동안 한 정당의 정책 밑에 살아온 국민과 여야의 여러 갈래 감회를 함축성 있게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2차대전후 꾸준히 기반을 굳혀 10개국에서 정권을 잡고 있는 서구 사민당세력에 대해 그 진로의 정리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새삼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또 「스웨덴」을 최고의 사회복지국가로, 정치적인 민주국가로, 경제적인 번영국가로 이끌어 올려 사민당세력의 표본으로 일컬어져 오던 「스웨덴」 사민당이 3개 보수중도야당계에 가장 먼지 정권을 내놓게 됨으로써 앞으로 서구정치판도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1932년 세계적 불황기에 정권을 잡은 「스웨덴」 사민당의 고복지국가 기틀은 46∼50년의 대개혁으로 실현된 것이었다.
30년대 정권장악 후 급격한 개혁안이 마련되기는 했으나 보수세력의 반대와 2차대전 때문에 실현이 미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세계대전중의 전시경제체제는 식량배급이라든가 국가자원사용계획 등 거의 모든 경제분야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가능하게 하여 사민당이 내세우기만 하고 실천 못하던 계획경제가 정파를 초월한 지지를 받도록 했다.
전후 사민당정권은 야당과 합의하여 양노연금·건강보험·아동복지기금·산재보험에서 교육제도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복지개혁을 단행했다.
이때 함께 단행하려던 산업국유화정책은 빛을 보지 못하고 전시 중 획득한 제조업·「서비스」업에 대한 통제를 계속하는데 그쳤다.
결국 사민당정권은 자유·사회주의적인 경제정책을 병행하는 이른바 혼합경제체제로 온건사회주의노선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정책노선을 바탕으로 한 사회복지정책은 거의 완벽할 정도의 고복지국가를 이룩하여 「스웨덴」을 이상적인 국가상으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복지사회정책은 예산의 30%, GNP의 20%를 복지관계에 지출하도록 하여 그만큼 국민의 부담을 과중하게 하고 있다. 즉 국민의 담세율이 높아져 봉급소득자의 납세액이 50%에 이루도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민당정권은 「스웨덴」은 이제 정치적·사회적인 민주주의를 이룩했으므로 경제적인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한 경제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 사회주의화 노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촉구시켜왔다.
예를 들어 사민당의 지지기반인 노조에서 마련한 기업의 집단소유화라는 계획이 기업의 노동자관리, 사유재산의 부정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마이드너·플랜」이라는 이 계획은 기업이익의 20%를 해마다 적립하여 주식으로 대체, 35년 후 노조가 회사를 지배한다는 계획이었다.
따라서 고복지사회도 좋지만 과중한 세부담을 줄이자고 주장하며 장기화한 정권의 관료주의화를 비판하고 나선 자유당, 「마이드너·플랜」에 반대하고 나선 보수당이 각기 5석·4석씩 의석을 늘려 사민당을 패배시킨 것은 이러한 시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보수·중도계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복지국가체제가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다만 더 이상의 사회주의화정책이 추진되지 않고 늦추어지거나 포기됨을 뜻한다. 이런 점이 유권자에게는 정권교대에 안도감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스웨덴」의 선거결과는 서구전체의 사회민주당세력에 대한 시류와 불가분의 함수관계를 갖기 때문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스웨덴」이 고복지정책에서 국민의 불만을 샀던 사회보장의 지출증가는 거의 모든 나라가 안고있는 압박요인이다. 근년의 석유파동을 전후한 세계적 불황은 실업증가·물가상승, 이에 따른 사회보장급여율 증가를 가져와 각국의 재정사정을 악화시켜 왔다. 따라서 개혁의 전면적 중단은 아니지만 그에 따른 희생을 검토하자는 비판이 커가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민재정권들을 지탱해온 사회적·경제적 기반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고있다는 사실이다. 2차 산업인 제조업부문의 발달과 함께 이 부문 노동자들의 지지로 성장해온 사민당세력은 최근 한계에 부딪치고있다.
서구선진공업국의 2차 산업이 「서비스」 부문의 3차 산업 주도형 경제로 급속히 전환하면서 노조와 거리가 먼 중간계층이 확대되어 사민당의 표밭이 축소되리라고 예견되어왔었다. 「스웨덴」 보수·중도야당계의 지지기반이 농민과 도시의 지식층을 중심으로 한 중간계급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한 것을 뜻한다. <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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