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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수 바꾼 새 출발|신민 전당대회결과와 앞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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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 내외의 다수 예상을 깨고 비주류의 이철승씨가 야당의 정상에 올랐다.
7백73명의 대의원중 범 비주류의 세력이 주류보다 30∼50표 우세하다는 것은 주류 측도 시인했지만 막상 대회에 들어와 비주류연합은 괴력을 발휘했다.
이씨 자신의 계파인 소석계 외의 비주류연합 4파와·김옥선·김상지·중도 정일형씨 등 잡다한 세력이 성공적으로 반 김 전선에 규합된 것으로 설명된다. 아뭏든 신민당은 마침내 수습됐다.
약4개월간의 진통과 시련 끝에 열린 이번 전당대회는 제1야당의 공중분해위기가 극복된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의의는 바로 당 수습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력이 난무했던 지난 「5·25사태」이후 같은 당내의 경쟁적인 계파간의 대립이라기보다는 공존할 수 없는 적과 적의 관계를 지속해온 주류-비주류의 모든 이견과 감정이 이번 대회에서 일단 융합, 재 접합됨으로써 30년 전통 야당의 체통이 다시 세워진 셈이다.
대회 결과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앞으로 신민당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 같다.
우선 새 집단지도체제가 당을 정상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겠느냐는 문젯점이다.
총재 1인에 막중한 권한을 부여한 지금까지의 단일지도체제에 따른 당 운영과 6인의 최고위원에게 균등한 권한을 준 집단지도체제에 의한 당 운영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우기 주·비주류가 최고위원회에서 3대3 동률의 세력을 가진 만큼 당권은 양파에 양분됐다고 할 수밖에 없고 최고위원간에 가부 동수일 경우 대표인 이씨에게 결정권이 있지만, 그것이 안정된 지도세력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당 운영은 사사건건 이해관계에 따른 계파 상호간의 합종과 연형에 좌우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기이 앞으로 결정적으로 오도될 가능성도 적지만 반대로 객관정세에 진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취약성도 안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또 하나 예상되는 것은 당내 계파 판도의 변화다.
현재의 주류·비주류는 한마디로 김영삼씨에 대한 친·부친의 기준에서 형성·대립된 파벌이기 때문에 총재로서의 김씨에 대한 평가나 책임문제가 이번 대회로 걸러진 이상 앞으로 계속해서 친김·반김의 기준으로 파벌이 정립될 까닭도 없거니와 그렇게 필 현실성도 박약하다.
사실 비주류 연합의 각파도 반김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상호간에 많은 이해관계의 대립이 있으며, 주류로 뭉쳐져 있는 세력내부에도 앞으로 원심 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은 많다. 따라서 앞으로 당직배분문제를 비롯한 각종 당무의 처리과정에서 주·비주류 구별 없이 각파간의 접근·연합이 예상되고 당직의 가능성이나 성장의 기회에 따라 많은 인사들의 계파이동도 내다볼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사무총장·원내총무·정책심의회의장·대변인·중앙상위의장 등 중요당직이 개편될 것이나 어느 한쪽의 독점보다는 계파안배가 적응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표 및 최고위원투표결과는 한마디로 기성계파의 완벽한 승리였다.
우선 최고위원선거에서 낙선한 3후보는 모두평소 독자 계파를 가지지 않았던 인사며 주류조직이 민3명과 계파를 형성해온 비주류3명이 당선됐다는 점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난다.
이번 대회가 이처럼 당내 기성계파를 표로써 현실화하고 집단지도체제당헌으로 제도화한 것은 신민당의 체질개선을 위해 반드시 좋은 결과만은 아니라고 보여져 이 점에 대한 지도충의 각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요직안배 등 계파간의 이해대립이 날카로운 문제를 어떻게 잡음 없이 극복하며 정기국회에 어떤 자세와 대책으로 임할 것인가가 당장 임박한 새 지도층의 과제인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78년의 대통령선거와 79년의 국회의원선거도 현 지도체제가 맡도록 되어 있어 대여투쟁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는 관심사다.<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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