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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은 학교, 사흘은 직장 … 스위스식 직업교육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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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사나흘은 직장에서 일하는 스위스형 직업교육이 본격화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일·학습 병행 기업을 올해 46개에서 2017년 1만 개로 확대하고,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 수도 362명에서 7만 명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청년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해 현재 40%를 밑도는 15~29세 청년고용률을 50%대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의 청년고용률은 지난해 말 39.7%에 그치고 있어 청년고용 정책이 잘돼 있는 스위스(69.7%)·독일(57.7%)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0.9%와도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정부는 15일 국무회의를 열고 ‘학교에서 직장까지: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을 발표하면서 청년고용의 기본 체제를 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일터기반학습’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학교에서 실무와 관련 없는 스펙(각종 자격)만 쌓은 결과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가 되지 못하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예상대로 실현되면 구인·구직의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스위스·독일형 직업학교를 모델로 내년부터 한국형 직업학교를 운영한다. 지금까지 국내에도 직업교육이 있었지만 학교 중심 교육이어서 기업이 필요한 학생을 배출하지 못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스위스처럼 도제훈련을 토대로 한 ‘일’ 중심의 교육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러나 앞으로는 특성화고·산업정보학교·폴리텍대부설학교·기업학교에 스위스·독일형 도제식 교육을 강화한다. 직업학교 입학생들에게는 맞춤특기병 지원 같은 병역 혜택도 제공된다. 사내대학에서 공부한 내용을 학점으로 인정해 학위를 따는 요건도 완화된다.

 기업맞춤형 직업학교는 1000개까지 늘어난다. 맞춤형반은 현대차반·삼성전자반·포스코반처럼 처음부터 기업에서 요구한 교육과정을 가르쳐 졸업과 동시에 실무에 투입될 수 있다. 문화콘텐트·건설·기계·재료·화학·전기전자·정보통신 같은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직업교육이 실시된다.

 후(後)진학 인프라도 확대한다. 고려대·한양대·경북대 등 70개교에서 1060명이 등록 중인 ‘재직자 특별전형’ 규모를 2012년 정원외 2%→2015년 5.5%로 3배가량 확대한다. 중소기업 장기 재직 근로자에게는 근속장려금을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하고, 군 제대 고졸 근로자를 재고용한 기업에는 인건비 10%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투자 활성화 없이는 새로운 고용 수요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값 등록금 정책 여파로 대학 진학률이 여전히 70%를 웃돌 만큼 무작정 대학에 진학하는 풍토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직업학교 성공의 관건은 강소기업 육성”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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