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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결제깡으로 수억 챙기고 세금 0, 장례용품비를 현금으로 받고 탈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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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학생 김모씨는 최근 ‘급전 필요하신 분’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고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가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발신자인 사채업자 A씨로부터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통해 30만원어치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해 넘겨주면 현금으로 21만원을 주겠다”는 유혹을 받은 것이다. 속칭 ‘카드깡’의 변종인 ‘소액결제깡’이었다.

 소액결제깡의 구조는 카드깡과 비슷하다. 소액결제를 통해 물품을 구매한 뒤 넘겨주면 수수료를 뗀 액수만큼의 현금을 받게 된다. 물론 소액결제 대금은 다음달 결제일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결국 수수료만큼의 선이자를 내고 한 달 동안 급전을 얻어 쓰는 셈이다. 수수료는 30~40%, 연리로 따지면 360~480%의 초고리였다.

 A씨는 저렴하게 넘겨받은 게임아이템을 인터넷 중개사이트에 팔아 현금화했다. A씨 입장에서는 원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아이템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 아이템을 어느 정도 할인 판매해도 상당액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수천 명과 소액결제깡을 해 수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물론 불법수익이었던 만큼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지난해 A씨 등 불법·폭리 행위로 서민을 괴롭히면서 세금을 탈루한 이른바 ‘민생 침해 탈세자’ 176명을 세무조사해 1257억원을 추징했다고 15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 보습학원 운영자는 “수강료를 현금으로 내면 10% 깎아준다”며 현금 납부를 유도한 뒤 수익의 상당 부분을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관리하는 수법으로 이익을 축소해 세금을 탈루했다.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관리해 수십억원을 탈루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본사는 검찰에 고발됐다. 이 밖에 ▶고가 장례용품 이용을 강요해 폭리를 취하고 이용료를 조의금 등 현금으로 받아 차명계좌로 빼돌린 장례식장 운영자 ▶수입 돼지를 국내산으로 속여 도매상과 정육점 등에 무자료 판매한 뒤 탈세한 식육도매업체 등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올해도 ▶불량식품을 건강기능 식품이라고 허위 광고해 폭리를 취한 업체, ▶생계형 대리운전기사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받아 차명계좌로 관리한 대리운전회사 등 113개 업자를 적발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진석 기자

◆휴대전화 소액결제=인터넷으로 제품이나 콘텐트를 구매할 때 휴대전화를 신용카드처럼 활용해 이용 요금을 결제하는 방식. 구매대금은 다음달 통신요금에 포함돼 함께 청구된다. 국내 통신사들은 월 30만원의 소액결제 한도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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