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훈 저-한국음악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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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저자가 머리말에서 이 책에 쏟은 정열과 노력은 대단한 것이었다고 자부하는 만큼 장 교수의 『한국음악사』에는 방대한 문헌을 섭렵한 자취가 역력하다.
그 귀중한 작업을 간략하게 다이제스트 한 것이 본문 끝에 게재한 국악연표다.
연표에는 예를 들어 고려의 우왕이 대동강에 배를 띄우고 호악을 주하게 하고 스스로 호적을 불고 호무를 추었다는 에피소드까지 곁들여서 또 다른 각도에서도 흥미진진한 바가 있다.
그리고 거문고의 독주가로서도 활약한바 있는 저자는 음악의 실체에 대한 탐구에 특히 많은 정열을 기울여서 풍부한 도례와 아울러 한국의 전통음악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뜻에서는 한국음악사라기보다 한국의 음악이라는 편이 적절하게 느껴질 만큼 구체적이고 친절한 서술이다.
내용은 한국음악을 8기로 나눠 ①삼국시대 이전과 이후 ②고려시대 ③조선의 전기·중기·말기 ④갑오경장 이후 ⑤국악의 재건과 현황 등으로 분류돼있다.
특히 8장은 서양음악의 도입과 함께 국민으로부터 소외된 국악의 재건을 위해 현재의 실태와 연구경향을 망라해놓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형태의 국악이 움트고 있으나 한국적 전통을 잊지 못하고 이질감을 주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있음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인 문화현상의 하나로서의 음악이 그 시대의 민중생활과 어떻게 얽혀지면서 역사적 현실 속에 살아왔는지, 음악을 보는 저자의 포커스가 좀더 넓혀졌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지배자문화에 대해 편중된 취급을 한 느낌이 있으나 서민문화에 대해서는 저자가 또 한권의 책을 내주실 것으로 믿는다. 저자는 국악연구가로 서울대교수. 【박용구<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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