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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견제 겨눈 전열정비|지스카르 불 대통령의 반 드골 파 개각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해설>
【파리=주섭일 특파원】지스카르 프랑스 대통령은 쉬라크 전 수상과의 싸움에서 일단 승리를 거두고 정치위기를 모면하는데 성공했다.
드골 파 전 수상을 제거함으로써 불씨를 끈 지스카르는 바르신 수상의 과업을 반인플레와 땅에 떨어진 통화가치의 회복이라고 천명, 내각개편의 이유를 경제위기로 몰아 공감을 받았다.
물가의 현실화와 공정환율제의 기수인 바르 수상을 재무장에 겸직시킨 지스카르의 조치가 드골 파를 무마하는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쉬라크나 드골 파의 불만이 해소됐다고는 볼 수 없다. 『나는 이상 더 수상의 업무를 수행할 방법이 없다』고 선언하고 나간 쉬라크의 행동에서 누구나 드골 파의 향 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스카르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근공원교책을 썼다. 즉 쉬라크를 몰아내는 대신 차반·델마스파를 끌어들인 것이다. 차반은 드골의 신임을 독차지했던 저항운동의 기수로, 퐁피두 사후 대통령 선거 전에서 쉬라크가 지스카르 편으로 돌아 배신했기 때문에 패배한 인물.
지스카르는 차반파의 올리비에르·기샤르를 법무상 겸 수석각료, 불렘을 의회관계상으로 입각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래서 지스카르의 조각은 쉬라크 때보다 균형을 잃지는 않았다. 총 36명의 각료 중 지스카르가 당수인 독립 공화 파가 10명, 드골 파 8명, 개혁파 4명, 중도민주 파 3명 등으로 드골 파가 수상 등 4명의 각료를 잃었을 뿐 대차는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지스카르 자신이 비 정치인으로 보는 바르 수상 등 대통령직계 각료가 10명이나 있다.
하원의석이 불과 54석인 지스카르파는 무려 20명의 각료를 갖게 됐고 반면 1백84석인 드골 파는 절반도 안 되는 8명으로 몰락했다. 31석의 개혁파나 23석의 중도민주 파는 지스카르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바로 이점에 대통령과 수상의 싸움이 앞으로 대통령과 드골 파 전부의 투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이 불길한 징조는 이미 지난28일 독립 공화 파 중앙위원회의 새 내각에 대한 태도결정에서 나타났다. 『우리는 이제 내각에 대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게나 독립 공화 파 사무총장의 발표는 새 내각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며 조건부로 한다는 뜻이었다. 조건부란『국가의 독자노선을 유지할 때와 인플레 억제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스카르는 강력한 통치권행사를 통해 프랑스의 개혁, 즉 지스카르화를 철저히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오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지난 28일 첫 각료회의에서 지스카르의 강경 발언도 통치권 의지의 표명이며 드골 파에 대한 간접적인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지스카르와 드골 파의 싸움이 78년3월까지 표면화하지 않으면 이번 지스카르의 도박은 성공한 셈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시간은 좌파를 위해 흐른다』는 전 쉬라크 수상의 말이 적중할지도 모른다. 이 틈에 어부지리를 노려 차기집권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쪽은 드골 파가 아니라 공산·사회·급진좌파 3당의 좌파연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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