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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실수로 462억 손실, 한맥증권 결국 퇴출 수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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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스피200 옵션 주문 실수로 462억원의 손실을 입은 한맥투자증권(이하 한맥증권)이 결국 업계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지난달 한맥증권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안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한맥증권은 특단의 자구계획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증권업 영업인가 취소와 파산의 수순을 밟게 됐다. 이명순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한맥증권은 경영개선계획안 불승인 처분이 내려진 다른 증권사들과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2012년 3월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안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고, 이 회사는 인가 취소와 함께 업계에서 퇴출됐다.

 한맥증권은 지난해 12월 코스피200 12월물 옵션을 거래하면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내 거액의 손실을 봤다. 조사 결과 이 사안은 직원의 주문 실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위는 사고 발생 이후인 지난 1월 한맥증권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 한맥증권은 주문 실수가 났을 때 이익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국제 관행을 근거로 이익을 본 외국계 기관투자가들과 이익금 반환 협상을 진행해왔고, 한 업체를 상대로는 100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도 제기했으나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런 점들을 근거로 한맥증권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경영개선계획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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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맥증권은 싱가포르 지점 직원 닉 리슨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빌미가 돼 파산한 영국 베어링스 은행과 자주 비교된다. 리슨은 일본 닛케이255지수 선물·옵션을 거래하다가 손실을 입자 비밀계좌를 통해 이를 은폐한 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파생상품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1995년 1월 고베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증시가 폭락하자 은행은 8억2700만 파운드의 손실을 입었고 결국 단돈 1달러에 네덜란드 금융그룹인 ING에 매각됐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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