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내시경으로 튀어나온 디스크 원위치 … 10분이면 수술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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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태 병원장이 허리통증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고주파특수내시경 디스크시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하루 일곱 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김환태(45·서울 관악구)씨는 요즘 30분 이상 책상에 앉아 있기가 힘들다. 골반이 뻐근하고 허리에서 다리까지 통증이 이어진다. 병원에서는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중기라고 진단했다. 다행히 그는 고주파특수내시경 디스크시술법으로 간단히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3~4㎜ 특수내시경 이용한 비수술 요법

척추디스크(추간판)는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고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디스크가 탄력을 잃고 척추뼈 사이로 삐져나와 주변 신경조직을 압박한다. 요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원인은 디스크의 노화다. 여기에 구부정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습관과 운동 부족이 디스크 주변 근력을 약화시켜 추간판탈출증을 촉발한다.

 김씨처럼 중기 디스크 질환자에게 적용하는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가 고주파를 이용한 시술이다. 강남초이스병원 조성태 원장은 “고주파 치료는 질환의 악화 정도에 따라 수핵감압술이나 고주파내시경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수핵감압술은 0.8㎜의 가느다란 고주파 열기구를 집어넣어 변형된 디스크의 모양을 성형하는 치료법이다. 디스크에 고주파를 직접 쏘아 디스크를 수축·응고시키면서 크기를 줄인다. 중기 디스크에 적용하는 시술이지만 한계가 있다. 조 원장은 “고주파 열을 가해 간접적으로 크기를 줄이므로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크기가 큰 디스크는 치료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핵감압술의 한계를 보완한 치료법이 고주파특수내시경 디스크시술이다. 굵기 3~4㎜의 특수내시경을 디스크가 발생한 부위로 진입시킨다. 내시경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병변 부위를 보면서 변형된 디스크를 집게로 잡아 원래 자리로 밀어넣는다. 그 다음 고주파열로 밀어넣은 부위를 지져서 굳게 한다. 탈출한 디스크는 제자리로 돌려놓고, 터진 디스크는 크기를 줄이는 식이다. 조 원장은 “열치료(수핵감압술)와 내시경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 고주파내시경 디스크시술”이라며 “시야를 충분히 확보해 고주파로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시경 굵기가 가늘어 주변 신경을 압박하지 않으므로 시술 도중이나 이후에 통증이 적다.

고주파내시경 디스크시술은 치료 범위가 넓다. 조 원장은 “디스크 말기 환자나 재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시경 굵기가 얇아(3~4㎜) 척추뼈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기존 내시경(8~10㎜)보다 자유롭다는 것. 원활한 움직임으로 시야가 3배 이상 확대돼 디스크가 발생한 위치까지 더 정확히 접근할 수 있다. 조 원장은 “목(경추)에서부터 허리(요추)까지 디스크 발병 부위에 제한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말기·재수술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

일반적으로 신경이 심하게 눌리고 걷기조차 힘든 말기 디스크환자는 수술을 해야 한다. 조 원장은 “수술을 하려면 척추를 보호하는 후방 인대를 끊어야 하고, 손상된 인대는 봉합이 힘들다”며 “디스크가 압력을 받으면 다시 재발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고주파내시경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주파내시경은 디스크 옆으로 들어가 치료를 하므로 인대를 다치지 않고 재발이나 후유증 위험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조 원장은 “국소마취를 하고 10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고령이나 직장인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디스크로 인해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지나치게 좁아져 있거나, 척추뼈 일부가 뒤로 물러난 경우(전방전위증)에는 고주파내시경을 적용하기 힘들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의료진의 숙련도다. 조 원장은 “간단한 수술이지만 의료진의 손기술이 치료 결과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정상 조직을 고주파로 태울 경우 통증이 외려 심해질 수 있다는 것. 고주파내시경 시술을 받았더라도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선 근력 강화와 바른 자세 같은 생활습관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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