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통화 일제 공격에 고전하는 프랑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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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럽을 강타한 가뭄의 댓가를 프랑스만큼 비싸게 치르는 나라는 없을 것 같다. 이는 프랑스의 「프랑」화에 대한 서구 통화들의 일제 공격이라는 형태로 우선 나타났다. 지난 6일파리의 외환시장에서 「프랑」화 가격은 지난 3월 프랑스가 구주공동변동환율제인 이른바 「스네이크·시스팀」에서 이탈하기 직전보다 더욱 폭락했다.
1「달러」가 4.99「프랑」(전일 4.95「프랑」) 1서독「마르크」가 1.963「프랑」(전일 l.954 프랑), 스위스·프랑은 2「프랑」을 돌파, 2.007「프랑」이며 「유럽」에서 가장 값없는 통화가 되고있는 영국의 파운드화도 1파운드가 8.9「프랑」(전일 8.88「프랑」)으로 「프랑」화의 값이 떨어졌다.
「달러」에 대한 여타 구주통화가 변동이 없음에도 유독 「프랑」화에 대해서만 거의 같은 비율로 강세를 나타낸 것은 「프랑」에 대한 집중 공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왜 「프랑」화가 공격목표가 됐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먼저 「유럽」을 강타한 심한 가뭄이다. 프랑스는 EEC(구주공동시장) 각국에 농산물을 지금까지 가장 많이 수출, 심지어는 「드골」이 EEC를 제창했을 때 이를 위한 술책이었다고 할 정도로 농산물에서 큰 재미를 보아왔다. 영국이나 서독인들이 『우리가 외국 등의 값싼 식료품을 두고 왜 「프랑스」의 비싼 농산물을 사먹어야 하느냐』는 소리가 보편화됐을 정도다. 이번 가뭄으로 프랑스는 70억「프랑」(15억「달러」)의 무역적자를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 「인플레」·실업문제가 있다.
현재 연간 물가상승률을 9.5%에서 억제한다고 정부는 큰소리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10%선을 넘으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대체로 4%의 상승율밖에 보이지 않은 서독에 비하면 엄청난 폭동이다. 실업문제만 해도 2차 대전 후 최고를 기록하는 1백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니 통화가치가 안정될 수 없는 일이다.
이같은 경제적 요인 밖에도 정치적 불안정이 또 한 가지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즉 「지스카르」대통령과 쉬라크 수상의 불화로 인한 전면 개각설이다. 이는 현재까지 「지스카르」대통령이 부인하고 있는데도 휴가가 끝나면 쉬라크 내각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우세해 프랑스 통화에 나쁜 영향을 추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프랑스의 그늘진 정세와는 달리 미국과 서독은 급속한 경제회복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최근의 OECD경제전망이 또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서독의 번영은 사정 나쁜 이웃 프랑스에 대해서는 경제적 압박을 초래하는 것이다.
지난 3월 「프랑」의 「스네이크」체제 이탈 후 「달러」에 대해 9.3%, 파운드에 대해 l.3%나 하락했으며 마르크에는 무려 11.l%가 떨어졌다.
그렇다고 앞으로 「프랑」화가 회복하리라는 예상은 거의 없다. 오히려 영국의 통화문제 연구소인 퍼렉스 연구소는 연말에는 프랑화가 지금보다도 6%나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그래서 이곳 전문가들은 사실상 「스네이크」체제가 유명무실화 됐다고 풀이하기도 하며 「마르크」화 대 「프랑」화의 싸움은 현재 마르크가 승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구주통화의 동요가 장기화 할 것 같은 전망이어서 자칫하면 투기로 치달을 위험성을 안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젯점이 있는 것이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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