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그늘 찾아 낮잠에 취해봐도 밀림의 스콜이 그리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새벽은 사자의 포효 속에서 눈을 뜬다. 미명의 새벽 5시, 이산 저산을 쩌렁쩌렁 울리는 사자의 포효는 동물들의 단잠을 소스라치게 깨우고 잠시 긴장의 빛마저 띠게한다. 그리고 다시 활기를 되찾은 동물들의 수런거림으로 동물원의 하루는 시작된다.
사자 사에서 30마리의 사자가 5천7백 평의「사파리」로 쏟아져 나올 때의 모습은 장관이다.
사자는 원래 열대성동물이지만 더위를 무척 탄다. 하루 한차례「스콜」이 있어 더위를 식힐 수 있는「아프리카」에 비해 한국의 더위는 더욱 힘겹다.
고래고기·닭고기 등 5㎏의 육식으로 점심을 먹고 기분이 느긋한 사자는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을 찾아 낮잠을 청한다. 사자는 머리 쓰는 지혜가 뛰어나 언제나 바람이 부는 쪽을 향하고 있다. 앞에 있는 짐승들은 사자의 냄새를 맡고 도망가겠지만 뒤에 있는 기린이나 얼룩말을 습격할 채비를 하고있는 것이다. 사자는 때로 벌렁 드러누워자는 수가 있다. 사자의 척추는 온도에 민감하여 척추가 시원하면 온몸이 모두 시원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사자가 곤히 잘 때는 사육사가 다가가 아무리 깨워도 1백50㎏의「헤비」급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아랑곳없다. 무딘 신경이 무척 부럽기도 하다. 때로는 암·수가 꼭 껴안고 자는 수가 있는데 이것은 사자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당당한 체구와 위엄 있는 갈기 털을 자랑하는 사자이면서도 어리석은 데가 있어 어린아이들이나 줄지어 펄럭이는 빨래를 무서워하기도 한다. 이들은 갑자기 놀라게 하거나 큰소리를 지르거나 덤벼들지 않는 한 결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이미 사람과 친숙해진 사자들은 사육사들의 얼굴을 알아보고「지프」를 타고 가까이 다가가면 달려와 몸을 흔들며 응석을 부린다. 사육사가 손으로 콧잔등을 쓰다듬으면 기분이 좋은 듯 끙끙거리며 더욱 몸을 비빈다.
이들은 영리해 장쇠·바우·「네로」·왈순이·이쁜이 등, 제 이름도 깍듯이 기억하고 있다. 먹이를 주면서 이름을 부르면 영락없이 그놈만 달려온다. 밤이 오면 야행성의 본능으로 돌아가 어둠이 내리는 먼 산을 뚫어질듯 쏘아보며 생기를 찾는다. 35도의 더위 속에서도 쉽게 지치지 앉는「스태미너」의 동물이기도 하다·
글·우영제<용인자연농원동물과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