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수요 억제에 주안 금리인상 조정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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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리체계의 전면개편은 금년 초부터 꾸준히 추구해온 일련의 총수요억제책의 측면이라 볼 수 있다. 은행간 「콜」금리를 인상한 것이나 한은 일반자금 재할금리를 일반대출금리보다 높은 19%로 올해 일반자금에 대한 한은 재할의 길을 막은 것은 어쨌든 제한된 효과지만 금리를 통해 대출수요를 좀 식혀보자는 의도이다.
정부는 금년 초부터 「총수요억제」를 주문처럼 외치며 은행대출을 어떻게 줄여보려고 했지만 돈은 계속 터져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금리인상조치를 쓴 것 같다. 이번 금리체계의 개편은 대출금리인상에 주안을 두었고 예금금리는 이를 보완하는데 그쳤다. 때문에 대출금리의 인상폭이 예금금리의 그것보다 높다.
대출금리를 더 높이 올린 것은 악화일로를 걷고있는 은행수지를 보전해준다는 목적도 있다. 지금 대출 15.5%, 예금 15%로선 유동성규제·은행경비 등을 빼고 나면 손해를 보는 수도 있다. 이번 금리조정에서 종래「성역」취급을 해온 수출금융에도 손댄 것은 대출순증의 주류를 이루는 수출금융의 금리인상 없이는 금리조정의 뜻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수출금융 금리를 연7%에서 8%로 올리는 정도만 가지고는 수출금융 수요가 준다고는 보기 어려우나 은행의 수지개선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수출업계에선 「코스트·푸쉬」로 수출열기를 죽인다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예금증대를 위해서도 금리인상은 필요하다. 현 금리수준으로도 금년의 저축목표 1조원의 달성은 가능하나 여신이 당초예상보다 훨씬 많이 늘었기 때문에 저축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 정부에선 금리인상으로 증시주변에 몰려있는 약1천억원의 유자를 은행「채늘」로 끌어들인다는 생각인 것 같다.
또 「인플레」심리로 방황하고있는 가계의 여유자금을 금리인상을 통해 은행저축을 흡수한다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에서 예금금리의 소폭조정으로 저축증대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올릴지는 의문스럽다.
금리인상의 필요성은 금년 초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물가가 정부통계로는 안정되어 있는데 구태여 금리를 손댈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 때문에 선뜻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나 상반기의 통화지표를 볼 때 대출억제와 예금증대의 필요성이 절박해졌다. 또 내년부터 시작되는 4차 5개년 계획에선 성패를 국내저축의 제고에 두고있고 이를 위해선 은행저축의 증대가 불가결하다. 이미 과열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기를 다소 식히기 위해서는 여신억제가 긴급하다. 여신억제의 가장 전통적 수법은 금리인상이다.
물론 금리를 올리면 기업의「코스트」를 올려 물가를 자극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보다 과잉 유통성의 수속이 더 우선하기 때문에 이번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 같다.
그러나 시기적으론 좀 늦었다. 이미 통화는 늘대로 늘었고 경기는 벌써 과열로 치닫고 있다.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킬 우려가 충분히 있다. 금리는 항상 탄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금리정책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 이미 실기한 총수요 억제책을 그나마 유지하기 위해서 이번 전면조정이란 충격요법의 수단을 쓴 것 같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사고방식이다. 금리가 오르면 증권시장의 상대적인 침체는 불가피할 것이다.
금리인상 결정을 7월31일에 한 것은 월말이고 또 토요일이라는 요건에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설이 증권시장에서 먼저 나버린 것은 금융당국의 중대한 책임문제가 될 것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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