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엔 숨통, 인건비는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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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노동시장의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당장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고,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는 근로자도 많다.

외국인들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함으로써 대부분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 노조 설립 붐이 일고, 노사관계 악화로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런 악영향을 고려해 일본도 도입하지 않고 있는 제도를 한국이 서둘러 도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밝혔다.

반면 국내 근로자들이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의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 인력난 해소가 기대된다. 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 침해 시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도입 배경=정부가 고용 허가를 전격 시행키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 침해 시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 때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 아래에서는 불법 외국인 체류자가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연수생으로 입국하려면 한 사람당 평균 3천~7천3백달러 가량의 송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입국 비용을 벌기 위해 월급이 적은 산업 현장을 이탈하는 사례가 많았다.

중소기업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당기게 된 이유다.

◆시행 방안=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관리한다. 정부는 인력을 한국으로 보낼 국가로부터 취업 희망자를 넘겨받아 한국어 성적, 기능 수준 등을 고려해 인력풀(pool)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인력 수급 동향을 파악해 적정한 규모의 인력만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제한할 계획이다.

기업은 정부의 인력풀을 보고 가장 적합한 외국인을 직접 채용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면 1개월 이상 국내 근로자를 뽑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실업률의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사업주는 외국인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해야 한다. 근로계약 기간은 1년이며 매년 경신이 가능하다. 그러나 3년 이상 계속 채용할 수 없고 가족 동반 취업도 금지된다.

◆재계 반발=고용허가제 도입 방안에 대해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재계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중소기협중앙회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 가중, 사회 불안 등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협중앙회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돼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해 줄 경우 1인당 임금이 30만원 가량 상승한다"며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증가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만.싱가포르 등은 불법체류 문제의 확대에 따라 강제저축 및 고용분담금 제도, 직종 변경 불허, 국적에 따른 취업 업종 차별 등 다양한 차별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고 중소기협중앙회는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일단 산업연수생 제도의 개선책을 모색한 뒤에도 부작용이 근절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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