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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기계화부대 내달 증파… 장기전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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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대한 미국.영국 연합군의 대규모 공습이 28일 새벽부터 대대적으로 재개됐다. 연합군의 공습 재개는 이라크 전역을 휩쓸던 모래폭풍이 잠잠해진 직후 이뤄졌다.

미 육군 공수여단 병력 1천여명이 이라크 북부지역에 투입됐으며, 이라크는 이들을 향해 50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전투는 미군 3사단 주력군이 바그다드 인근 80km 지역에서 이라크의 공화국 수비대와 대치 중인 가운데 소규모 국지전만 계속되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연합군은 당초 전략을 수정, 장기전 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물 건너 간 단기전=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7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장기화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쟁은 이기는 게 문제지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전의 장기화에 대비하라는 암시로 해석된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이날 상원에 출석, "전쟁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면서 "(바그다드 포위작전을 계속하면)많은 시아파 주민이 용기를 얻어 반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그다드 시가전을 피해 포위전략으로 나간다면 전쟁이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미 국방부도 이날 이라크에 12만명의 병력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4 보병사단 2만명이 이번주 중 텍사스주의 포트 후드 기지에서 쿠웨이트를 향해 출발한다.

다음달에는 중무장 기계화 부대가 주축이 된 10만명 병력이 걸프지역으로 파병돼 미 지상군 병력은 21만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막강한 공군력을 앞세워 이라크에 '충격과 공포'를 심어준 뒤 소수의 지상병력으로 바그다드를 점령하겠다던 당초 전략이 수정됐음을 의미한다.

◇전쟁 얼마나 오래갈까=전쟁에는 우연적 요소가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전망이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후세인 대통령이 암살되거나 폭격에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전황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미군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 "몇 달을 끌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4사단의 주력병력이 다음달께 이라크전에 본격 투입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추가병력이 대거 투입돼도 사막의 여름이 시작되면 전투력이 급격히 저하돼 기대만큼의 전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은 또 "전쟁이 터진 이후 요르단 국경으로 이라크 난민이 몰려들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요르단에 살던 이라크인 수천명이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본국으로 귀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폭스 TV는 시리아와 러시아가 이라크에 군사장비를 공급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할 때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죽을 맛=전 세계의 반전시위가 다시 불붙고 있어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라크의 저항이 예상보다 강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반전시위는 더욱 거세졌다. 27일 유엔에서는 이라크 유엔 대사가 '미국의 학살'을 성토하고 미국의 유엔 대사가 이에 반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상황도 있었다.

이라크전을 둘러싼 제2의 외교전이 시작되면 미국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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