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는 이슬람의 여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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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네, 좋아요 이왕이면 예쁘게 찍어 주세요.』 -테헤란의 사야드거리 개국 2천5백주년 기념탑 앞에서 만난 어느 이란부인은「차드루」를 쓴 어린 딸들과 함께 스스럼 없이 포즈를 잡아주었다. 중동의 여인을 상징해온 발끝까지 치렁치렁한 검은 베일「자도루」가 도시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자도루는 현으로 근점시
그러나 테헤란의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바자」에 가면 아직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검은색·흰색 또는잔잔한 무늬가 들어간 이「자드루」를 길게 붙잡고 다닌다. 이들「차도루」의 여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들은 이제 그렇게 노하지 않거니와 오히려 포즈를 취해주는 여유를 가진 여성도 적지 않다.
차도루는 바로 이슬람 사회에서의 여성 생활을 말해주는 상징. 한 남자가 4명의 아내를 거느릴 수 있고 모든 여자는 언제나 남자의 보호 아래 살아야 한다는「이슬람」의 계율은 여자에게 꼭 차도르를 쓰도록 함으로써 여자의 생활을 감싸버리고 있다.
차도루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자는 얼굴 부분만 남자에게 보여주고 다른 부분은 일체 보여서는 안된다』는 이슬람의 계율을 사람들은 여러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여자가 그 몸을 감춤으로써 성범죄 등 사회적 문제를 방지한다든가 찌는 듯한 더위, 바람 많은 사막지방에서는 햇볕과 바람을 막는데에 좋고, 누구나 겉옷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니 경제적이라는 것. 뿐만아니라 눈만 내놓고 다니면 늙고, 못생긴 여자라도 생김새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좋기도하다는 것이다. 이란촌의 경우「차도루」는 법으로 쓰지 말도록 막고 있다. 1936년「레자·샤」전왕이「차도루」의 폐지를 발표했을 때 특히 여성들의 반발이 컸었다고 한다.
그러나 『 자도루의 시대에「이슬람」의 여성들은 거의 노예 같은 생활을 해왔다』고 요즘 이란의 젊은 여성들은 「차도루」를 배척하고 있다. 차도루의 시대에는 여성들이 하루 세번씩 남자에게(아버지나 남편·아들 등)물어서 생활을 했다는 것. 즉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물어서 명령대로 움직여 왔다. 뿐만아니라 남자의 허가 없이는 집 문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시대가 완전히 지났지요. 1부 4처제도 법으로 금지된 것은 몇 년 밖에 안되지만 실제에 있어선 훨씬 그 전부터 지식층·중류층에서부터 1부1처로 바꾸어졌지요.』 결혼생활 10년에 1남4여를 두고있는「나바비」부인(40)은 자신의 주변에서 l부4처로 살고있는 가정은 별로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한다.
1부4처제도 자취감춰
1부4처제는 「이란」 의 경우 지난 67년에 이를 폐지하는 가정보호법이 생겨 『아내가 병약하여 가정행활을 해나갈 수 없을 때는 또 한사람의 아내를 둘 수 있다』는 한가지 제한만두고 완전히 법으로 금지돼 있다.
1부4처제는 전쟁 때문에 남자가 모자랄 시절 여성들의 식생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생겨났다고 하는데, 이제는 반대로 한 남자가 도저히 4명의 여자를 먹여살릴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결국 경제적인 이유에서 생긴 제도가, 바로 경제적인 이유로 없어지지 않을 수 없게 돼버린 셈이다. 테헤란시내 극장 앞에서 줄을 늘어선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이 블루진 차림이었다.
『글쎄요, 집에서는 하루 5번씩 기도를 하지만 이런 차림으로 다니는 것이 가장 편해요 「타이피스트」 엘리양은 극장에 가고 싶을 때는 서슴없이 보이프랜드에게 전화를 걸어 불러낸다고 말한다.
역시 길에서 만난 여대생 사바디양(23)은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차도루」를 싫어하지만 그러나 아직도「차도루」시대의 생각을 많이 갖고있다』고 불평한다.
그녀는 『현재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는데, 그동안 너무나 억눌린 생활에서 여성들의 자각이 무디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너무 억눌려 자각무뎌져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이 겨우 13년 전이었죠. 이제 각계각층에 조금씩 여성들이 들어가 사회활동을 하고 있어요]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사바디양은 세계사람들과 같은 생각을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란」여성들이 모두「차드루」를 쓰고 아주 폐쇄적인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처럼 우리의 경제도 마찬가지예요. 남의 나라에선 산유국들이 석유 값을 올려 크게 잘 사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우리도 대부분 물가고에 허덕여 상당히 고생을 하고 있어요.』
사바디양의 집에서는 식모 월급 1백50달러(약7만5천원)가 힘들어 어머니 혼자서 9명 식구의 뒷바라지를 한다고 말한다.
사바디양은 무엇보다 특히 중동의 여성들이 오늘날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바라고 그것을 향해 서서히 걸어가고 있는데 그 과정을 깊게 알아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것은 민속적이라든지 이국적이라는 취향에서의 관심에서 한걸음 앞서 바로 세계가 함께 고민하는 변화의 문제에서 관찰해야 할 각자의 문제,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태해란에서 윤호미·장홍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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