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미국인만 전쟁 제대로 알지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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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ABC.CNN 등 미국 내 주요 방송들의 '애국적인' 보도 태도에 대해 미국 내에서 "전 세계에서 미국인만이 이라크전을 제대로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미국 방송들은 지난 23일 알자지라 방송이 포로 인터뷰와 숨진 미군 시체 장면을 내보낸 이후 아랍권 방송의 화면은 바그다드 시내 전경을 제외하고는 거의 중계하지 않고 있다.

또 외신을 통해 이라크군은 물론 미군.영국군의 피해 상황이 쏟아져도 미 국방부의 사인 발표 이전에는 스스로 보도를 자제하고 있다.

따라서 26~27일 전 세계가 알자지라.아부다비.카타르 방송 등의 화면을 통해 지켜본 바그다드 시내 민간인 희생자들의 참혹했던 장면도 미국인들은 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27일부터 방송의 이 같은 보도태도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는 사설을 통해 "지금 전 세계인과 미국인은 서로 다르게 이라크전을 보고 있을 것"이라며 "끔찍한 장면을 일부로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를 이유로 미국인들을 정보에서 소외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보스턴 글로브지도 "미국인과 외국인들 사이에 이라크전에 대한 뉴스에 차이가 있으면 이는 인식의 차이로 이어져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고 워싱턴 타임스지는 "제네바협정 논란과 미국 언론 스스로의 자체검열 성향으로 전쟁보도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라크전의 정보를 구하려고 위성방송과 관련 인터넷 사이트로 몰려들고 있다.

알자지라 등 세계 주요 방송 뉴스를 간추려 내보내는 위성채널TV인 월드링크사의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도 알자지라를 보려고 위성TV 신청이 폭주하고 있으며 우리의 경우는 영어로 통역까지 해서 내보내기 때문에 시청률이 더욱 올라가는 상태"라고 밝혔다.

호주.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영자지를 뒤져서 인터넷으로 이라크전 정보를 제공하는 커맨드포스트의 앨런 넬슨도 "지난 20일 이후 25만명의 방문자가 들어와 서버용량이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에서 28일 한 이라크인 가족이 폭격으로 파괴된 T-55 탱크 옆을 황급히 달려가고 있다. 영국군은 이날 이라크군이 피란길에 나서려는 2천여명의 이라크 민간인들을 겨냥해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바스라 로이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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