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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과학이 쫓아낸 귀신, 미디어 통해 불러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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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원준(35)의 20분 짜리 영상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2014)의 한 장면. 북한의 예술인 단체인 만수대 창작사가 1970년대부터 외화벌이를 위해 아프리카의 여러 독재 국가의 조형물 제작에 참여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다. 사진은 세네갈의 독재자들을 기리는 대형 기념물. [사진 미디어시티2014]

귀신, 간첩, 할머니(Ghosts, Spies and Grandmothers).

 ‘미디어시티2014’의 전시 주제다. 미디어시티는 뉴미디어 아트를 중심으로 격년제로 열리는 융복합 예술축제로 오는 9∼11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동시에 열린다. 불교·유교·도교·힌두교 등의 발원지이자 여전히 그 종교적 영향권에 있는 아시아에서 현대 미술가들이 그 정신문화의 전통을 어떻게 새롭게 발견하고 발명하는지에 주목하겠다는 것이다.

“‘간첩’은 아시아에서 식민 시대와 냉전의 경험이 심각했음을 상기하기 위해, ‘할머니’는 권력에서 가장 먼 존재이자 ‘귀신과 간첩의 시대’를 견디며 살아온 증인이라는 의미로 채택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 박찬경 예술감독은 “우리는 미디어와 미디움(영매)의 재결합을 통해, 현대 과학이 쫓아낸 귀신들이 미디어를 통해 되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미술가·영화감독인 박찬경(49)씨는 박찬욱 감독의 동생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만신’의 각본과 연출을 맡기도 했다.

 이로써 올 가을 주요 도시에서 열릴 비엔날레의 윤곽이 잡혔다. 아시아 첫 비엔날레로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는 이미 지난해 말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라는 주제를 내놓았다. 제시카 모건(영국 테이트 미술관 큐레이터) 총감독은 “1980년대 펑크록 그룹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노래에서 따온 것으로, 기존의 질서나 통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부산 비엔날레는 지난달 ‘세상 속에 거주하기(Inhabiting the World)’라는 주제를 내놓았다. 올리비에 캐플랑(프랑스 매그미술재단 이사장) 전시감독은 “예술은 세계에 거주하기 위한 윤리적이고 미적인 문제다.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예술가들의 시각을 보라”고 밝혔다.

한편 전시감독 선정을 두고 파행을 빚었던 부산비엔날레는 8일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비엔날레 조직위가 감독 선정위원회에서 택한 지역 출신 기획자를 두고 차점자인 해외 미술인과의 공동감독제를 제안하면서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된 지 8개월만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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