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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몇 마디에 … 채권 금리 오르고 환율은 진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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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한국은행 회의실에서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첫 선택은 금리 동결이었다. 그가 취임 후 처음 주재한 10일 금융통화위원회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2.5%)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바였다.

 관심은 오히려 금통위 뒤 이어진 간담회에 쏠렸다. 새 한은 총재가 처음으로 금리 정책과 경제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 총재의 화법이 전임 김중수 총재보다 간결하고 명쾌했다”는 게 시장과 경제연구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물가와 성장, 대외불균형에 유의하면서 금리 정책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낮은 수준을 이어가겠지만 점차 높아져 하반기에는 2% 중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수요 부문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생기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문제는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 뒤 채권시장에선 하락하던 국고채 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 총재를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비둘기파보다 물가안정을 중요시하는 매파로 평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도 많은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봤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5~3.5%)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물가가 유지된다면 기준금리를 올릴 이유는 없다. 성장만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금리를 내리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낮은 물가가 하반기에는 오른다는 것이 이 총재의 생각인 만큼 당장 금리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반기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신홍섭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이 총재의 발언만 보면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은 열어 놓았지만 인하 쪽은 제약한 상태다. 하지만 경기 상황과 대외 변수가 불확실해 올해 중엔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 직후 낸 보고서에서 “한은이 11월까지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12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하 가능성을 내다본 의견도 있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소비자물가가 한은 전망치만큼 오르긴 쉽지 않을 것이다. 2분기엔 기준금리가 동결되겠지만 물가가 계속 안정된다면 하반기엔 오히려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정책을 예측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원화가치나 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과 이날 오전까지 이어졌던 원화가치 오름세도 이 총재의 발언에 영향을 받았다. 이 총재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맞지만 변동성이 커져서 쏠림 현상이 생기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급격히 오르는 것은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 오후 원화가치의 오름세는 한풀 꺾였다.

 한은은 이날 수정된 올해 경제전망도 내놨다. 지난 1월에는 3.8%로 전망했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로 올렸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50억 달러에서 680억 달러로 올리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에서 2.1%로 내렸다.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호전될 것으로 보여서가 아니라 올해부터 GDP 산출 방식이 바뀐 것이 영향을 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김원배·안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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