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지명 요식절차만 남긴 미 민주당 전당대회|평화극복…백악관 향한 "선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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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39대 대통령후보를 지명하기 위한 제37차 민주당 전당대회가 12일(한국시간 13일)「맨해턴」중심가의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역사적인 막을 올렸다.
부드러운 말속에 야심찬 결의를 숨긴 남부출신의 젊은 정치인「지미·카터」(51)후보는 과거10년간 민주당을 분열시켜온 온갖 상처와 불화를 기적적으로 청산, 각 파벌들을 단결시킨 가운데 1차 투표에서 지명을 획득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있다.
「프랭클린·루스벨트」가 1944년 그의 4번째이자 마지막 지명을 획득한 이래 민주당이 지금처럼 화목과 단결을 향유한 적은 없다.
「카터」는 으례 난장판이 되게 마련인 지명대회를 그의 독특한 수완으로 이번 대회를 「카터」자신의 지명을 위한 하나의 요식 행사로 단순화시켰다.
「휴버트·험프리」가 이끄는 북부진보파들이 인권강령을 가지고 남부출신들을 당에서 몰아낸 1948년의 불미스런 대회도 이제는 역사의 유물이 되었다.
또 1968년 민주당을 뒤흔든 월남전의 열병, 이를테면 경찰봉이니 최루탄이니 사제폭탄 같은 것도 밀려갔다.
「조지· 맥거번」후보가 72년 선거에서 「리처드·닉슨」에게 참패한 치욕도 더 이상은 민주당의 악몽일 수가 없게 됐다.
남부 땅콩 밭에서 불쑥 미 정계에 뛰어든 전「조지아」주지사 「카터」후보는 예비선거에서 모든 경쟁자들을 간단히 패배시키고 지명고지를 단단히 확보했다.
하지만「카터」의 앞에 탄탄대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맥거번」추종자들은 아직도 「카터」를 믿지 않고 있으며 조직된 노조세력은 「험프리」나 「헨리·잭슨」을 더 좋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에 근거지를 둔 보수세력은 「카터」가 자기네들의 입장을 깎아 내려 지명을 획득하려는 「이국인」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와 의심에도 불구하고 모반·이탈 또는 선거를 「보이코트」하겠다는 일체의 잡음이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다.
대신 「카터」를 승리할 수 있는 대통령후보로 내세우자는 광범위한 수용의 분위기가 짙어 가고있다.
이번 지명대회는 당내 정치구조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변화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1952년「애들레이·스티븐슨」이 후보로 지망된 이후 모든 후보를 지명해온 북부진보 파의 지배시대가 종말을 고한다.
▲후보선출에 있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조지도자와 당내「보스」들의 권한도 그 위력을 잃게 된다. 4년전 「맥거번」상원의원은 그러한 「보스」들의 영향력으로 후보에 지명되었는데 이번에 「카터」는 그들의 지원 없이 쉽사리 후보지명전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공화당의 아성으로 다져진 남부지역을 재탈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카터」는 자신의 지명이 확정된 후에야 비로소 부통령「러닝·메이트」를 지명 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부통령 후보가 발표되는 순간 대회장에는 극적인 분위기가 감돌 것이다.
현재 부통령후보로 유력시되는 사람들은 「에드먼드·머스키」상원의원(「메인」주) 「존·글렌」상원의원(「오하이오」주·전우주인) 「월터·몬데일」상원의원(「미네소타」주·진보파)으로 압축되고 있는데 그밖에 「헨리·잭슨」상원의원, 「피터·로디너」하원의원(「뉴저지」주)도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과거의 지명대회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대회규칙이나 자격심사 또는 정강정책을 둘러싼 대단한 논쟁이 없이 조용할 전망이다. 【UPI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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