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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소련 함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 소련 군함의 극동 산책이 부쩍 잦아졌다. 외신은 심심찮게 시커먼 소련 함대가 출몰하고 있음을 타전하고 있다.
이들의 산책 「코스」는 이젠 동해를 벗어나 서해에까지 미치고 있다. 일본 방위청은 4척의 「미사일」 장비 소련 군함이 대마도 해협을 지나 서해 쪽으로 항진한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소련 함대의 위력은 근년 들어 서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수에즈」 이동의 홍해, 「페르샤」만, 그리그 동부 「아프리카」해와 인도양에서 그들은 함대 수를 늘린바 있었다. 미국의 「슐레진저」 전 국방장관은 『앞으로 우리는 이 해역에서 장님이 되고 말 것』이라는 깊은 우려를 표시할 정도였다.
최근 일본 방위청의 보고에 따르면 소련의 극동 함대는 대소 합정을 합쳐 모두 7백15척에 이른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강된 결과이기도 하다. 선박 수에 있어서 33%. 화력은 3배나 늘어난 것이다.
작년 4월엔 소련 해군 사상 최대의 작전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한편에선 「코스모스」 통신 위성을 두개나 띄워 올려 공중 감시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2백 척의 함선들이 「캄차카」 반도의 서남쪽에 있는 「오호츠크」해에서 작전을 폈다. 한때는 동지나 해수역에 깊숙이 진출, 상해 2백50「마일」해역까지 접근했었다. 중공은 불쾌한 듯 정찰기를 띄워, 줄곧 그 함대를 추적하기까지 했다.
세계 지도를 펴 보면 소련 함대가 이처럼 태평양 주변에서 배회하는 이유를 짐작할수 있다. 그것은 미 7함대를 겨냥한 작전이다. 미 7함대는 극동의 안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좀더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해양 수로를 보호해 주려는데에 의도가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미 7함대를 겨냥한 소련의 해군력 배치는 곧 일본을 봉쇄하는 길이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한국을 봉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련 함대는 몇가지 결정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그 하나는 미 해군의 감시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 극동 함대가 진출할 수 있는 항로엔 「쓰시마」 해협·「쓰가루」 해협·「소야」 해협 등 3개의「보틀·네크」가 있다. 이곳은 미 해군력에 의해 음향 탐지까지 되고 있는 곳이다. 또 하나는 이들 함대를 위한 기지가 극동엔 아직 없다. 그것을 극복하려면 막대한 비용으로 군함의 구조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 7함대에도 문제는 있다. 이들의 군함들은 노함들이 되어 하나둘씩 퇴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극동 주변의 태평양은 세계 해군의 운동장이 되어 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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