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3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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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76년7월4일은 분명 인류 역사상 새로운 장이 펼쳐진 날이었다. 그날 영국의 식민지였던「아메리카」의 「필라델피아」에 모인 미국의 건국 시조들은 하나의 역사적인 문서에 서명했다. 『모든 사람은 나면서부터 평등하며, 조물주에게서 몇가지 양도 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고 그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는 것을 자명의 진리로 주장한다』 는 것이었다.
미국이란 나라는 바로 그와 같은 인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탄생된 이상의 나라, 희망의 나라였다.
「아메리컨·드림」으로 표현되는 이 꿈은 인간의 창의력과 도덕적 선의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 뿌리 박고 있다.
그리고 그 신뢰는 「아메리카」의 2백년 사를 통해 완성한 사명감과 성취욕으로 구현되어왔다고 피비린내 나는 내전과 2개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도 미국의 자유 정신과 번영은 한번도 중단되어 본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오늘의 미국은 전 세계와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거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성장해 있다.
「나치스」와 공산주의를 체험한 인류는 미국 독립 정신이 대변하고 있는 자유의 생활 양식이 최선의 국가 통치 원리임을 믿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건국 2백주년을 맞이하는 「아메리카」에는 많은 고민과 좌절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월남전과 「워터게이트·스캔들」, 그리고 「뉴요크」시의 재정 파탄은 그 대표적이며 상징적 사건이었다. 인종 문제와 엽기적 살인 사건의 격증도 빼 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다. 정치인들의 추문 사건이 미국 통치 「엘리트」의 도덕적 공신력을 실추시켰다면 「지미·카터」의 부상은 그에 대한 반발의 표현으로 간주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세계적 책임감과 도덕적 능력을 의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하려하고 있는가. 미국은 선사시대의 공룡처럼 퇴화하고 말 문명인가, 아니면 제3의 세계를 뚫고 나갈 새로운 추진력인가.
여기서 우리는 미국과 미국인이 지난 2세기를 통해 꾸준히 발휘해 온 위대한 힘을 신뢰하고자 한다.
미국의 놀라운 힘은 실장 그 신축성 있는 변화에의 적응력과 건전한 상식의 힘이다. 이 능력이야말로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젊은 사회 젊은 국민으로 지탱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혈통과 문화권을 배경으로 하는 미국인들이 그처럼 통합된 국민 사회와 「컨센서스」를 이룩할 수 있었던 까닭도 바로 그 점에 있을 것이다.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라고 하는 미국적 가치관에 대한 긍지, 그리고 그것을 수호하기 위한 현명한 상식의 적응력이 있는 한 「아메리카」의 고민은 다시 한번 극복 될 것으로 확신한다.
오늘의 세계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미국의 사명감을 필요로 하고 있다. 평화의 문제, 빈곤추방과 인류 고지의 문제가 모두 미국의 힘과 관련되지 않는 것이 없다. 여기서 만약 미국이 후퇴하여 소극적인 자세로 움츠려 든다면 그것은 미국인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과오가 될 것이다.
개항기로부터 8·15, 6·25사변과 오늘에 이르기까지 줄곧 미국과는 우호적인 관계와 피로써 맺어진 동맹 관계를 이루어 온 한국으로서는 동「아시아」의 평화 수호를 위한 미국의 각별한 결의를 새삼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독립 2백주년을 기념하는 바로 그날 「바이킹」 1호 우주선은 지구를 벗어나 화성에 성조기를 꽂았다.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향한 「아메리카」의 제3세기가 시작 된 셈이다. 『인류의 마지막 최선의 희망』임을 긍지로 삼는 미국의 벗들에게 기쁜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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