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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주 52시간으로 단축 가닥 … 월급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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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노사정이 주당 최대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행시기와 추가 연장근로 허용 여부, 사무직과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재량근로제 확대와 같은 각론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신계륜)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는 9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 임무송 근로개선정책관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법 개정과 동시에 모든 사업장에 즉시 시행하고 연장근로를 확대하는 것은 안 된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손실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호성 상무는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실시하되 노사가 합의하면 추가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특히 사무직과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일정 소득 이상 자에게는 연장근로 수당 폐지)을 도입하고 할증률도 국제기준인 25%(현행 50%)로 낮춰야 한다”고 맞섰다.

 노사정이 근로시간 단축에 공감한 이유는 대법원 판결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1·2심에선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고 봤다. 대법원이 이를 그대로 인용한 선고를 하면 곧바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기업이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근로자도 연장근로 한도를 채운 뒤 휴일에 일을 하면 불법이 된다. 그만큼 수당이 줄어 임금이 삭감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결 전에 법을 고쳐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세부 시행방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노사정 소위 활동시한(15일)까지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노사정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 논의 내용이 이관될 전망이다. 신계륜 환노위원장은 “논의가 더 필요한 의제는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권고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연장근로 확대가 국제기준에 위반 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소위의 지원단으로 참여 중인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시간의 연장근로 이외에 초과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특별근로시간제도는 국제기준 위반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62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권고’를 염두에 둔 것이다. ILO는 이 권고문에서 ‘주당 통상근로시간이 48시간을 넘는 경우 주48시간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즉각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제7조에는 ‘산업발전 및 국제적 경쟁력 등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토록’ 권하고 있다. 제8조에선 ‘통상근로시간은 국제적 수준(기준)으로 결정될 필요는 없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국내 여건과 각 경제활동 영역의 조건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점진적으로 하도록 권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국가가 자국의 실정에 맞게 근로시간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노동기준법 제36조에 노사가 합의하면 법에 정한 시간 이상의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가능토록 하고 있다(36협정).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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