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를 휩쓴 살인 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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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 브라질과 파라과이를 비롯한 남미 지역에 「아단소니」종이라 불리는 아프리카 원산의 흉포한 살인 벌 (봉)로 인해 피해가 막심하다.
특히 양봉이 농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파라과이에서는 이 벌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양봉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살인 벌」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상할 이만큼 공격적이고 성질이 사나운 이「아프리카」 산 꿀벌은 과실·목초의 재배·수정에 불가결한 다른 종류의 벌들을 공격, 절멸시키고 있어 농업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이 벌은 당초 「브라질」 양봉 전문가 「와프위크·케루」씨가 꿀 생산 능력이 보통 벌의 2배가 되는 「아프리카」 벌을 들여와 품종 개량 시험을 하던 중 철망으로 된 상자 속에서 대량의 벌이 탈출하여 「브라질」 특유의 자연 조건 아래서 야생화 된 것.
몇 주일이 지나 탈출한 이 「아프리카」산 벌은 다른 종류의 벌들을 죽이고 맹렬히 번식하여 「브라질」 남부의 농장은 물론 도시에까지 침입하는 한편 인접 국가에까지 퍼져 나갔다.
이 벌은 일견 보통 종류의 벌과 다를 바 없으나 「브라질」 특유의 밀림에서 자라 기질이 아주 흉포하여 닭·소·개·말까지도 쏘아 죽는가 하면 사람까지 공격, 사망케 한 일까지 생겨 「살인 벌」또는 「브라질 벌」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 「살인 벌」에 의한 피해는 계속 돼 「아르헨티나」와 인접한 「브라질」 국경 도시 「우루과이아나」 근처에서 1천명의 사람이 이 벌에 쐬어 20명이 중상을 입고 입원한 일이 생겼는가 하면 「아르헨티나」의 「코르도바」에선 3명이 쐬어 중태이고 개 3마리가 벌에 쏘여 죽은 사건도 있었다.
「살인 벌」의 번식력은 엄청나 지난 20년 사이에 브라질과 파라과이는 물론 남미 대륙 전체를 거의 석권, 계속 북상하고 있어 머지 않아 미국에도 침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아프리카」산 벌은 1년간 3백㎞의 속도로 전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 판명됐는데 이 속도로 나가면 10년 후에는 미국 「텍사스」주에 침입할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브라질」벌에 대한 해결책은 유전적 장벽을 만들어 번식을 정지시키는 것 뿐. 이 「아프리카」 원산의 벌집을 태워 전멸시킬 수 없는 한 보다 온순한 종류의 벌과 교배시켜 순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약 1백만 마리의 「유럽」종 여왕벌을 이 지역에 투입해야 하므로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는 점이 한가지 장애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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