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타이어 빼고 모터로 이용, 양수작전|"은행장 자리는 돈 있는 사람이 맡아야"|「보스」결단력 아쉬워하는 신동아 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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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뭄이 장기화하자 도시·농촌 할 것 없이 물을 구하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농촌에서는 모내기 시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우물파기·양수기 동원 등으로 온통 법석인데 양수기가 부족한 일부 농촌에서는 궁즉통 이라고「버스」·「택시」·소방차 등 자동차를 동원, 냇물을 퍼 대고 있어 이채.
서울 근교 양재천 주변 농가에서는 최근「버스」1대, 「택시」2대, 소방차 2대를 전세 내어「타이어」를 땐 자동차 바퀴에「벨트」를 연결, 양재천 물을 모내기 용수로 이용함으로써 이젠 거의 모내기를 마쳤다.
연일 열리고 있는 당국의 회의가 양수기 타령만으로 끝나지만 실제 농민들은 실현 가능한「아이디어」를 짜내 스스로 가뭄을 극복하고 있어 퍽 대조적이다
한때는 돈 자루를 거머쥔「로열·박스」로 통했던 은행장 자리가 최근, 특히 금융쇄신 이후로는『은행장도 돈 있는 사람이나 맡을 자리』라는 푸념이 나올 만큼 긴축살림에 쪼들리고 있다.
사연인즉슨 작년만 해도 은행장실 판공비가 월1백여 만원 이었는데 금년 들어선 그 절반으로 줄어들어 그것 가지고는 은행장의 체통을 꾸려갈 수가 없다는 것이고 거기다 온갖 영수증을 다 첨부해야 입증 받게 되어있어 번잡하다고.
각 시중은행의 임원 판공비는 6개월간 1천6백 만원(작년엔 2천1백 만원 이었으나 올해는 거기서 5백 만원을 떼어 부·지점장에게 할당했음)인데 행장이 월50만원선, 전무 25만원대, 상무 약20만원, 그리고 이사 10만원 꼴로 한도를 정해 쓰고 있다.
한데 요즘처럼 예금 유치경쟁이 치열한 판에 그만한 판공비로는 어림도 없다는 주변의 푸념.
그런가 하면 한국은행 같은데서는 나중에 여기저기서 따지려드는 것이 귀찮다고 아예 할당된 업무 추진비조차 한푼 안 쓰고 있는 부서도 있다.
제분·보험 등을 중심으로 저력 있는 성장을 보였던 신동아「그룹」은 최근 총수인 최성모 회장의 별세로 비통한 마음에 잠겨있다.
주력 기업인 동아종합산업(제분)이 몇 년째 불황을 겪고 있는 데다 작년에 공동으로 인수한 대성목재의 경영권 문제 등이 복잡한 시점이기 때문에 최 회장의「스케일」큰「보스」적 결단이 더욱 아쉽다는 주위의 견해.
특히 최 회장은 평소 2세를 기업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을 뿐 아니라 남아있는 창업공신도 별로 없어 아직까지 뚜렷한 후속「리더」가 떠오르지 않고 있는 실정.
측근에선 앞으로 가족회의 등을 열어 사후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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