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기자의 증시포커스] 환율, 코스피 발목잡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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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00선 문턱이 이렇게 높았나. 또 고지탈환에 실패했다. 이번엔 환율이 발목을 잡았다.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92p(0.30%) 오른 1998.9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2000선을 넘어서며 2000선 안착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곧바로 1990선으로 주저앉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452억원, 850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408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1거래일 연속 ‘사자’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전날 삼성전자가 무난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박스권 증시가 2000선을 뚫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갑작스런 원화 강세는 국내 증시를 짓눌렀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1041원까지 오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원화 가치를 나타냈다.

전날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발표하지 않은데다 유럽 중앙은행(ECB)도 추가 경기 부양책 시행에 신중한 입장을 밝힌 탓이 크다.

원화 강세에 따라 수출주엔 하루종일 먹구름이 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등 자동차주 3인방은 1~2%대 하락 마감했다.

반면 원화 강세 수혜주인 한국전력, SK이노베이션 등은 2~4%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업, 철강금속, 증권업이 2~3% 이상 올랐다. 전기전자, 운송장비, 섬유의복 등은 1%대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대우증권(4.82%), 현대증권(4.15%), 미래에셋증권(4.09%), 우리투자증권(3.78%), 삼성증권(2.46%) 등 대형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영업용 순자본 비율(NCR) 규제 완화 소식에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전날 대규모 구조조정 방침을 내놓은 KT는 4% 이상 오르면서 이틀째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85p(0.33%) 내린 552.22에 장을 마쳤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강세 시기에 주가는 상승했던 것이 금융시장의 일반적인 경험이지만 엔화약세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시점에서 추가적인 원화강세가 주가에 반드시 긍정적일 것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원화강세를 빌미로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수 있지만 이들 자금이 한국경제를 충분히 신뢰하고 유입된 것인지는 신중히 판단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머징 경기 반등이 예상되지만 반등 강도가 강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발 경기리스크 등이 여전히 잠재해 있어 아직 900원대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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