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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대행체제」가 가는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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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25 파국이후 분당의 극한 상황을 빚어온 신민당은 17일간의 방향없는 혼란과「무한설전」을 겪은 후 이충환 총재권한대행의 과도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수습전당대회의 재개까지 과도체제가 나갈 길은 험난하다. 수습전당대회를 9월정기국회전에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때까지 허다한 난제가 해결되어 대회를 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도체제의 수명이 장기화할 공산도 있다.

<"중립지키지만 투표는 주류쪽에">○…『김영사총재의 용퇴가 헛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총재권한대행이된 이충환전당대회의장의 첫말이다. 11일 상오 고별회견을 하고 난 전총재 김씨를 배웅하고 돌아와서는 자연스럽게 총재실의 총재자리에 앉았고 중앙당 부차장들로부터 인사도 받았다.
당대표변경 등록신청은 비주류의 5·20 당사난입 때부터 당사밖 모처로「옥새」가 피신돼 있어 12일로 하루 연기.
그에 따르면 전당대회의장은 위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임원도 아닌 합의체 의장이기 때문에 등록전망은 밝다는 것. 『점장이가 따로없다. 맞히는 것이 점장이지』라며 이대행은 농담을 섞어 오늘의 대행취임이 몇 달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자신을 권한대항으로 비주류측이 밀어준 것은『내가 고와서가 아니라 나 없이 대회 했다가 쓴잔을 마셨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풀이한 이대행은『전당대회를 성립시킬 때까지는 엄정 중립이지만 투표에는 주류쪽에 할 것』이라고 말해 자신의 소속이 주류임을 재확인.

<총재 권한대행에 법률시비 제기도>○…전당대회의장이 총재권한대행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당내 일부에서는 법률적 문젯점을 내놓고 있다.
선관위 유권해석은『총재는 임원이며, 임원의 임기는 당헌 41조에 따라 정기전당대회까지이고 정기전당대회는 5월 시한으로 열려야 하므로 5월말로 총재임기는 만료된 것이다』라는 논리였는데 이에 따르면 전당대회의장이「임원」이냐,「위원」이냐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
구 민중당의 당헌은 당헌 7장의 임기조항에서「임원」과 「위원」을 구별하지 않고 임원의 임기만 규정함으로써 65년 선관위는 전당대회의장도「임원」이란 해석을 내린 일이 있다. 그러나 현행 당헌은「위원」과「임원」을 구별하고 있어 과거의 해석이 그대로 유효하냐의 여부는 새로운 문젯점.
또 하나의 문제는 잔여 임기문제.
당헌 24조는「…정무회의부의장은 총재 유고시 권한을 대행하여, 총재 궐위시 이를 승계한다. 단 전임자의 잔여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총재·정무회의부의장이 모두 유고 시에는 전망대회의장이 권한을 대행하되 승계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은「유고」와「궐위」를 구별하고, 전당대회의장은「유고」의 경우 대행한다고 했을뿐 궐위시의 규정은 없다. 따라서 이를 엄격히 해석하면 대행은 잔여기간만 가능하고 대회의장이 궐위시 승계할 수 없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현 상태는 분명「잔여기간」이 없는「궐위」의 상태.
변호사인 비주류의 이완돈의원은 『이런 극한 상황에까지 들어맞는 당헌이 있기는 어렵다』면서「잔여임기」가 문제이긴 하나 조리나 선례 또는 입법정신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권한대행 체제는 이런 법적 문젯점을 제외하고는 정치적 이론은 없어 과도체제로 일을 해 나가는데 큰 장애를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자동적으로 물러나 홀가분하다">○…권한대행체제를 인정함에 따라 비주류의 소위「최고위원회」는 자동적으로 백지화. 이 바람에 비주류 대표였던 김원만의원은「대표최고위원」감투는 물론 그전에 맡아있던 화요회장직도「대표최고위원」을 맡으면서 내놓았기 때문에 두개의 감투를 잃어버린 셈이 됐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으로 『당직자의 임기는 모두 끝났다』고 보고있는 비주류의 이장재전정책심회의 의장은『그동안 사표를 낼 수도 안낼 수도 없어 고민했더니 낼 필요조차 없이 그만두게 되어 홀가분하다』고 했다.
반면 선관위 결정에 불복해 당직 임기계속을 주장해온 주류의 한병채대변인은『총재가 바뀐 이상 사표를 내야할텐데 미관말직인 대변인부터 사표를 내는것도 이상하고…』라며 사표제출 시기를 고려중.
당직 임명문제에 대해 이권한대행은『내말이 불발탄이 될지 모르지만 내 소신대로 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당기구정상화」도 자주 강조하고 있어 얼맛동안 유지될지 모를 과도체제지만 당직자를 임명할 것 같다.
요직개편이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주·비주류·중도가 골골루 참여하는 개편이 될 것이라는게 중론.
특히 김영삼 전총재에게 정무위원 자리를 줄지가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는데 일부에선『김씨와 이철승씨 두 사람을 다 정무회의에 넣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

<재야통합 전당대회전엔 어려워>○…통일당의 양일동당수가 제의한「재야통합 등을 통한 수습」론이 비주류 일부에서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
10일 양일동당수와 점심을 함께한 정해영의원은『이번 사태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재야통합 문제를 검토해 볼만 하다』며 『주류·비주류의 대립이 중간에 완층세력이 없었던 까닭으로 더욱 악화된만큼 재야통합으로 대내에 중간세력을 형성하는 것도 생각해 볼일』이라고 주장.
그러나 통합은 주류·비주류의 이해가 엇갈리고 통합에 따른 선행조건들이 쉽게 합의되기 어려워 전당대회 전 통합은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비주류 연합전선 해체엔 반론도>○…과도체제 출범에도 불구하고 주류·비주류의 집단대결은 전당대회까지 계속 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
『비주류 연합전선은 김영삼총재의 타도를 목표로 한 것이다. 이제 그 목표의 70∼80%는 달성된만큼 이제는 비주류 본부를 해체하고 사무실도 중앙당으로 옮겨야한다』-.
정해영의원 같은 이가 비주류가 진로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연합해체론을 내놓고 있긴 하다. 그러나 고흥문 이철승 신도환씨 등은 여전히『김영삼씨가 다음 전당대회에 다시 나설 것에 대비해 연합전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류쪽에도 김총재 퇴진으로 내부변화를 점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김총재의 당권탈환 노력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세력판도가 바뀌어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정해영씨가 비주류연합노선 해체론을 내놓는 것처럼 주류 내부에서도 상황변화에 따른 이견이나 소수의 동요는 예상 할 수 있다.
어쨌든 각파의 이해관계를 조화, 합의점으로 이끌어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과도체제의 과제다. 그리고 이 과제 해결은 과도체제의 수명과도 직결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과도체제가 이 과제를 효율적으로 빨리 해결할수록 수명은 짧아지고 과제해결이 늦어질수록 수명은 길어진다. <송진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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