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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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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미·카터」소년에게 아버지가 뒤뜰의 복숭아나무를 잘랐느냐고 물었다. 그러자「카터」는『글쎄요』라고 얼버무렸다.
「카터」반대파에서 만들어 낸 농담이다. 그러잖아도「카터」는 구체적인 정책발의를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제가 당선되면 정치에 사랑을 주입하겠습니다.』『미국이 타국에 사랑을 갖고 대한다면 신의 은총으로 저쪽에서도 미국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일요학교의 목사 같은 연설이 쟁쟁한「엘리트」후보들의 명석한 연설을 압도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카터」가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지명을 받을 것은 확실해졌다. 최근의 「갤럽」조사로는「카터」는「포드」보다 백 대 43으로 인기가 있다. 그렇다면 11월의 대통령선거에서도「포드」를 이길 공산이 매우 크다.
「지미·카터」. 51세. 전「조지아」주지사. 이 밖에는 내세울게 별로 없다. 최종 학력도 해군사관학교. 수입도 땅콩재배에서 얻는 4만5천「달러」정도 뿐이다.
그가 1년 반전에 대통령선거입후보를 발표했을 때 여러 신문은『「카터」란 누구냐?』는 기사를 냈었다. 그러나「뉴요크」지는 이렇게 논평했다.
『누가이기든 금년의 대통령선거의 특징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후보로서 기억되는 것은「카터」씨일 것이다-.』
「카터」진영에서는 처음부터 「카터·붐」을 일으킬 승산이 충분히 있었다.
지금의 민주당에는 인재가 없다는 것이 우선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워터게이트」사건이후 연방정부나 기성정치가에 대항 불신도 도움이 되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66년의 41%에서 11%로 폭락하였다. 따라서 연방정부의 현직경험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청렴결백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쉬웠다.
『월남전도,「워터케이트」도 일반국민이 부끄러워 할 심사는 없다. 죄는「워싱턴」의 지도층에게 있다』이런 말은 대중을 매료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또한 그는『정치는 누가 해도 마찬가지다』라는 미국민사이의「무드」도「카터」는 잘 이용했다. 그래서『국민은 대통령을「이데올로기」로 뽑으려 들지는 않는다』고 공언하기를 서슴지 않았다.「케네디」만한 미남은 아니지만, 호감을 주는 밝은 미도 크게 한몫 보았다.
「카터」가 주지사에 출마했을 때의 한 참모는『76년의「지킬」과「하이드」라고 평한 적이 있다. 그만큼 무 정견에 가깝도록 팔방미인 적인 그에게서 오히려 신선미를 찾고 새 기대를 건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사회가 혼미에 빠져 있다는 얘기도 된다.「카터」현상이 어디까지 가려는지 우리에게도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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