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행강도는 김태호 상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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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은행 종로5가 지점「갱」사건의 범인이 범행 55일만인 6일 한 국민교학생의 제보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은행「갱」사건수사본부는 6일 하오3시 육군모부대 안에서 김태호 상병(24·경기도 성남시 단대동 660의 80)을 이 사건의 진범으로 검거(5일 용의자로 검거), 범행일체를 자백받고 특수강도등 혐의로 입건, 군수사기관에 넘겼다. 경찰은 김상병이 강탈한 74만5천원 가운데 애인 홍모양(25)에게 주어 예금했던 63만원과 범행에 쓴 45구경 권총을 압수했다.
경찰은 김상병으로부터 자신이 사건하루전인 4월11일 서울 중구 회현동 3가1의 6 공진사전당포(주인 이미자·35)에 권총을 들고 침입했던 범인이었음을 자백 받았다.
범인 김은 경찰에서『3년 전부터 사귀어온 애인 홍양과의 결혼비용을 조달키 위해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범행경위>
범인 김은 범행 2일전인 4월10일 하오 군부대에서 연대장의 권총과 실탄을 훔쳐 갖고 나와 성남시에 있는 집으로가『휴가왔다』며 하룻밤을 자고 11일 상오10시쯤 사복차림으로 서울로 왔다. 하오1시쯤 공진사전당포에서 범행하려다 실패, 하오2시쯤 종로2가 모다방에서 광주에서 상경한 애인 홍양을 만나 함께 부대가 있는 법원리로 갔다.
김은 부대로 다시 돌아가고 홍양은 여관에서 하룻밤을 잤다. 김은 부대에서『집에 두고온 주민등록증을 가져와야겠다』며 하오1시쯤 다시 외출, 기다리고 있던 홍양과 함께「버스」편으로 2시쯤 서울에 도착했다.
이들은 종로구 악원동 모다방에서 1시간 가량 머무르면서 김은 사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오3시쯤 다방을 나온 김은 종로3가 지하철역에 홍양을 기다리게 한뒤 군복과 권총이 든 가방을 들고 동대문쪽으로 걸어가다 쳐다보니 은행건물이 보여 무작정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도주>
범인은 범행후 은행을 나와 동대문쪽으로 2∼3분 가량 뛰어 달아나다 인근「빌딩」안으로 들어가 군복으로 갈아입은 뒤 지하철을 타고 홍양이 기다리는 종로3가로 돌아갔다.
홍양과 함께「택시」를 타려다「택시」잡기가 어려워「버스」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 「택시」로 불광동까지 가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문산까지 갔다. 김상병은 문산에서 홍양에게 63만원을 주고 나머지 11만5천원은 자신이 갖고 12일 하오8시쯤 부대로 돌아갔다.
애인 홍양은 다시 여관방에서 하룻밤을 잔 뒤 고향인 광주로 돌아갔다.

<제보·검거>
제보자 이병석군(12·서울 노량진국민교 5년)은 5월19일 하오7시쯤 관악구 노량진 1동 262의 48 박윤규씨(27·여교사)집에 친구4명과 함께 과외공부를 하러갔다가 책상 위에 있는「초컬릿」을 먹고「초컬릿」이 더 있는가 싶어 책상서랍을 열었다가 실탄20발이 있는 것을 보았다. 이상히 여긴 이군은 이 사실을 노량진경찰서에 신고, 경찰은 이 실탄이 서울은행 종로5가 지점 강도범이 사용한 것과 같은 미군사격경기용 실탄임을 밝혀내고 출처를 캐기 시작했다.
여교사 박씨는 이 실탄이 모부대 대위로 있던 오빠 박태규씨(31·5월30일 전역)가 갖다 놓은 것이라고 말해 경찰은 다시 박씨를 조사한 결과 박씨가 옛날에 모시던 연대장에게 얻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 연대장이 근무하는 부대로 5일 수사본부 서갑순 형사(30)를 급파, 서형사는 은행여직원 황명희양을 데리고 연대장당번인 김상병과 황양을 대질시진 결과 황양이『내가 본 사람중에 제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에 서형사는 동부대인 사과장에게 김상병의 외출기록「카드」를 요구, 이를 검토한 결과 김상병이 4월10, 11일 양일간 정기외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상병을 5일 하오 1시30분쯤 군부대에서 연행해왔다.
경찰은 김상병을 수사본부로 연행하기 전 5일 하오 서울은행 종로지점으로 가 수위 1명과 여직원 3명과 다시 대질시킨 결과『가장 유력하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들었다는 것.
이어 하오7시쯤 공진사전당포에 김상병을 데리고 가 주인 이미자씨와 대질시킨 결과『틀림없다』는 이씨의 말을 듣고 범인으로 확신했다는 것.
범인 김은 이때까지도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애인 홍양 집에서 63만원이 든 예금통장을 찾아내자 6일 하오3시 범행을 자백했다.
범인 김은 김모씨(44)의 3남1녀 중 장남.
범인 김은 71년 서울시내 K고등학교를 졸업, K대 정외과에 입학했다.
그해 9월 휴학한 뒤 12월 가족들과 함께 성남시(당시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수잔리)로 이사와 별다른 직업 없이 빈둥거리며 놀았다는 것이다.
범인체포가 발표되자 7일 상오 모수사기관에서 아버지 김씨와 어머니 유씨를 연행, 범인 김의 동생(11·국교3년)혼자서 영문을 모른채 집을 지키고 있었다.
동생에 따르면 형인 범인 김은 고교를 졸업한 뒤 집안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휴학하고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부모들에게 자주 행패를 부렸다는 것이다.
범인 김의 집은 성남시 변두리로 전세 15만원짜리 단간방이며 아버지 김씨는 취로 사업장에 나가 일하고 어머니 유씨는 인근 S가발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월수입은 모두 5만여원.
범인 김의 동생은『형이「미스」홍이라는 아가씨와 지난 2월 집에 찾아와 부모들에게 결혼을 해야겠다고 말하고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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