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 말로만 과거반성…실천으로 보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도발과 역사 왜곡 등으로 한.일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이 7일 파키스탄에서 회담을 했다. 사태가 막다른 골목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하에 양국 외교채널이 가동돼 해법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회담에서 반기문 장관은 독도가 우리 땅임을 분명하게 못박았다. 일본 측의 잇따른 영토주권 훼손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으며, 일본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기술이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이뤄진 점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또 과거사 왜곡 문제도 엄중 비판했다. 한국 측으로서는 당연한 비판이자 문제제기였다.

이에 대해 마치무라 장관은 한국의 입장에 이해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은 앞으로 한국 국민의 마음에 대한 깊은 공감을 가지고 임할 것을 다짐한다"면서 "한국 국민의 과거사에 대한 심정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한국 측의 격앙된 감정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에서 후퇴하거나 개선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어 실망스럽다.

과거에도 일본은 말로는 여러 차례 "반성한다"고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돌아서면 야스쿠니를 찾아 참배하고, 다투어 망언하고, 역사 왜곡을 되풀이해 왔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이니 믿을 수가 없다. 반 장관도 지적했듯이 중요한 것은 반성에 상응하는 실천이다.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회담에서 마치무라 장관은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반환 등 일부 문제에 성의를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뒤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성의'만으로 작금의 사태가 적당히 봉합되리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사태의 본질은 독도에 대한 재침략 기도요, 제국시대 만행을 왜곡 미화한 행위다. 교과서 왜곡 부분 수정.삭제 등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외교적 수사만으로는 상황을 수습할 수 없다. 문제를 야기한 일본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구체적인 '실천'에 나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