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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피고인 류자강'에 사기 혐의 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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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던 전 북한 공작원 출신 탈북자 한모씨가 7일 서울중앙지검 민원실에 자신의 증언을 유출한 성명 불상자 2명과 모 언론사 기자 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씨는 이날 “비공개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이후 자신의 신분이 노출돼 북한에 있는 딸과 가족의 생사가 위험에 빠졌다”고 말했다. [뉴스1]

검찰이 7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을 탈북자 유우성에서 ‘중국인 류자강(劉家剛·34)’으로 바꾸고 국내 정착금 85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공식 신청했다. 류씨 관련 증거조작이 드러나면서 간첩죄 처벌이 힘들어졌지만 새로 드러난 여죄는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이날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새 공소장에서 류씨의 등록기준지도 서울 서대문구에서 중국으로 바꿨다. 새 공소장은 재북화교 류씨가 2004년 4월 유광일이란 탈북자로 속여 입국한 뒤 2013년 8월까지 국가로부터 정착·주거·교육지원금과 생계·의료급여 명목으로 470차례에 걸쳐 8500여만원을 가로채고 시가불상의 공공임대주택 거주권을 불법 수령했다며 사기죄를 적용했다. 1심은 공소시효 5년인 북한이탈주민법만 적용, 2560만원만 유죄가 인정됐었다.

또 중국에서 2007년 호구증(주민증)을 취득하고, 2008년 어학연수 명목으로 영국으로 간 뒤 조광일이란 가명으로 허위로 난민신청을 한 사실 등 수상한 행적을 추가했다 그러면서 2005년 3월부터 류자강·유광일·조광일·유우성이란 4개의 이름으로 중국을 13차례 드나든 사실도 넣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는 류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불법 대북송금(‘프로돈’ 사업)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류씨는 2007년 2월~2009년 8월 중국의 친척 국모씨와 함께 국내 탈북자 700여 명으로부터 13억여원을 받아 ‘환치기’ 수법으로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준 뒤 4억여원(30%)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외국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당초 송금액이 26억4000만원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류씨 계좌와 중국 국씨 계좌의 입·출금 합계이고, 실제 송금은 절반으로 확인됐다.

2010년 3월 동부지검이 탈북자 신분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했지만 검찰은 류씨가 중국 국적을 숨긴 사실이 확인돼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류씨가 2011년 6월 탈북자로 속여 서울시 계약직 복지공무원에 채용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도 수사 중이다.

 이와 별도로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국정원 최모(2급) 대공수사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지난 6일 불러 조사했다. 지난해 중반 부임한 최 단장은 류씨 출입국기록 관련 문건 위조에 동원된 외교전문 발신과 정보활동비 지출을 승인한 결재권자로 알려졌다.

최 단장은 그러나 “이모(3급) 수사팀장에게서 항소심 증거 보강 계획에 대해 보고받았을 뿐 구체적인 외교전문이나 정보활동비 지출 내역에 대해 일일이 내용을 확인한 적은 없다”며 공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최 단장의 지시·공모 증거에 대한 보강 수사를 끝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번주 9~10일께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구속 기소한 김모(48·4급) 과장과 협조자 김모(61)씨 외에 내부 기획회의를 통해 중국 공문 위조를 주도한 권모(51·4급·자살 기도) 과장, 선양총영사관 이모(48·4급) 영사도 모해증거위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이 수사팀장도 기소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민주화위원회·탈북난민인권연합 등은 이날 오후 연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씨의 연세대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류씨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례입학제도로 연세대 중문과에 편입했다”며 “하지만 중국 국적 화교라면 제도상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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