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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취재일기

매번 사후에 호들갑 떠는 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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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벌어진 뒤다. 군은 무인 전술비행선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서북도서에 비행선을 띄워 대북 정찰을 강화하겠다는 얘기였다. 그 비행선은 3년이 넘은 지금도 백령도에 없다. 비행선이 지난해 시험 도중 추락하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비행선 개발엔 250억원이 소요된다. 전술 비행선의 운용 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대책을 발표했다가 자초한 일이었다.

 3년 반이 지났다. 국방부에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방위사업청과 군의 담당자 7명은 북한발 소형 무인기를 탐지할 저고도 레이더를 긴급 구매하기 위해 해외의 레이더 전문 생산국으로 출국했다. 항공업체의 민간 전문가도 동행했다. 이 인사는 출국 일정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소속 업체가 아닌 경쟁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나갔을 정도로 급했다. 북한의 무인 비행기가 청와대 상공을 날아다니고, 추락한 무인기는 등산객과 면장, 심마니가 찾았으니 군 당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 연료통은 5L, 파주 무인기는 4.7L짜리다. 2시간 정도만 비행이 가능하다. 장착된 일제 카메라는 야간이나 구름 상태에선 촬영이 어렵다. 이 무인기를 자폭용으로 운용한다면 전체 무게가 13~15㎏이니 동체·연료·엔진·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최소한의 장비만 유지할 경우 최대 4㎏가량의 폭탄을 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정도면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240㎜ 방사포 포탄(400㎏)의 1% 수준이다. 따라서 대인 자폭 공격은 가능할지 몰라도, 건물·장비에는 무더기로 낙하시켜야 어느 정도의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북한이 이보다 더 ‘고급형’을 숨겨 놓지는 않았는지, 얼마나 운용하고 있는지, 향후 얼마나 개량된 무인기가 나올지를 차갑게 따지는 게 순서다. 여기에 맞춰 비용 대비 최적의 맞대응 전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지금처럼 ‘최고급’으로 뭔가를 사오면 당장 다 잡을 수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알리는 건 경계에 실패한 책임을 면하기 위한 호들갑으로 비춰진다. 3년 전 마냥 급하다고 비행선을 도입한다며 대책을 발표했다가 나중에 아닌 것으로 확인돼선 더욱 곤란하다. 혹시 군 당국이 무인기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의 300㎜ 방사포나 핵, 미사일에 대한 꾸준한 대비책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이러다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 무인기에서 다시 핵 억제 전력으로 화제를 바꾸려 하는가.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무인기로 질타를 받는다고 해서 백화점식 대책 나열과 장비 구매로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라면, 국민이 안보를 믿고 맡길 수 없다.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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